'증시, 공포 증폭기' 로스컷, 어떻게 운영되나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11.08.23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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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한국 증시 개조 프로젝트 'WHY&HOW' ① 로스컷]

로스컷(Loss-Cut)은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단기간에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한 종목을 팔아치우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기관 투자자들은 특정 종목의 낙폭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로스컷 규정을 두고 있다. 이 로스컷 규정이 폭락장서 동시다발적인 투매를 불러와 시장 불안을 증폭시키고 낙폭을 더 키우는 역효과를 야기한다.

로스컷 규정은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1998~1999년을 전후해 국내 기관에 도입됐다. 주가가 오락가락하면서 제때 주식을 팔지 못한 기관 투자자들의 손실폭이 커지면서 로스컷 도입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 도입됐지만 로스컷 규정이 오히려 손실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로스컷 기준 도달과 동시에 자동으로 매도 주문이 나가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과 같이 대형주가 더욱 크게 흔들리는 장세에선 로스컷 규정에 따른 기계적 매도가 충분히 회복 가능한 대형 우량주를 성급하게 팔아치우는 결과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

로스컷 기준은 각 사별로 결정한다. 관련법이나 금융투자협회 차원의 포괄적인 규정이나 가이드라인은 없다.
정부도 기관들의 로스컷이 과도하다고 판단, 최근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증권 및 자산운용사의 로스컷 기준 완화를 당부했다.
금융기관 사장단은 이에 따라 모임을 갖고 의견을 수렴했지만 "급락장에서 손실이 확대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아 사실상 유야무야 된 상태이다.



일반적으로 자산운용사의 경우, 국내 주식펀드 편입 종목이 20% 정도 손실을 입으면 손절매하도록 하고 있다. 증권사는 자기계정 매매일 경우, 대부분 15~20% 정도를 로스컷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일부 증권사는 월 5%로 다소 빡빡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는 곳도 있다. 은행이나 보험사는 10~15%를 로스컷 기준으로 삼고 있다.

증권사 고객 계정으로 분류되는 자문형랩은 자문을 맡고 있는 투자자문사가 로스컷 기준을 자체적으로 정한다. 20~25%가 보통이다. 단, 사전에 고객 요청이 있을 경우, 사전 협의를 통해 별도의 로스컷 기준을 정하기도 한다. 자문사는 로스컷 기준에 도달하면 고객에게 이를 통보하고 동의를 얻어 손절매를 추진한다.

연기금의 경우, 최대 '큰 손' 국민연금은 별도의 로스컷 규정을 두고 있진 않지만 우정본부는 일반 주식형펀드 10%, 절대수익형펀드 5%의 로스컷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사학연금 등 다른 연기금들도 이와 유사한 수준의 로스컷 규정을 두고 있다.
'증시, 공포 증폭기' 로스컷, 어떻게 운영되나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로스컷 물량은 대부분 자문형랩을 통해 나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분기 결산을 앞두고 증권사들이 쏟아내는 일부 로스컷 또는 헤지성 물량과 상대적으로 로스컷 규정을 까다롭게 적용하고 있는 은행, 보험 물량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편 최근 증시 급락 이후 우정사업본부, 사학 연금 등이 로스컷 규정 유예나 완화 결정을 내리면서 아직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연기금 위탁운용사들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로스컷을 계속 외면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자문사 고위 관계자는 "증시가 추가 하락해 자문형랩이나 증권사 외에 연기금으로 로스컷이 확산되면 시장 충격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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