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의 고민.. 깊어지는 美中 갈등

머니투데이 베이징=홍찬선 특파원 2011.08.1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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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상률 5% vs 7%이상+ 미국의 절상 압력과 보호무역 vs 중국의 버티기 격돌

“위안화가 이번 주에 급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S&P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7월중 중국 무역흑자가 급증 등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이다. 조만간 위안화 절상은 정상속도를 되찾을 것이다.”

장샤오창(張曉强)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부위원장)은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6.40대를 하향 돌파해 6.3991위안까지 떨어진 11일 이같이 밝혔다. ‘S&P 태풍’으로 달러화 약세가 지속됨에 따라 위안화 절상속도가 가팔라지고 절상폭도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이는 “미중 무역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위안화 절상을 빠르게 대폭적으로 해야 한다”는 미국 요구에 대해서도 “위안화 절상은 중국 경제상황에 맞게 추진한다”는 원칙을 다시 천명한 것이기도 하다.

◇美 “위안화 절상 빠르고 대폭적으로” vs 中 “연간 5% 절상이면 충분”



사상 초유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이란 강펀치를 맞은 미국은 아직 중국에 대해 위안화 절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요구하지 않고 있다. S&P의 신용등급 강등이 그릇된 정보에 따른 잘못된 결정이라는 것을 밝히고, 폭락하고 있는 증시를 안정시키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가의 보도처럼 쓰고 있는 ‘위안화의 과감한 절상 공세’ 를 조만간 다시 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7월중 무역흑자가 315억달러로 30개월만에 최대를 기록한 만큼 국제교역 균형을 위해 큰 폭의 위안화 절상을 빠르게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절상돼야 할지에 대해선 숫자로 제시하지 않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7% 이상은 돼야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외환 전문가는 “위안화 유연화 조치가 실시된 작년 6월19일 이후 현재까지 약 6.7%가 절상됐다”며 “무역수지 균형을 위해선 이보다 큰 폭의 절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미국 쪽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이에 대해 절상의 방향에 대해선 동의하지만 폭과 속도에 대해선 버티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임호열 한국은행 베이징대표처 수석대표는 “위안화는 올들어 이미 3% 넘게 절상됐다”며 “중국 정부는 연말까지 절상률이 5%를 넘지 않을 정도로 속도와 폭을 조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수가 의도한 것처럼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수출의 성장기여도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의 보호무역과 위안화 절상압력에 호락호락하게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3차 금융완화 정책 글로벌 인플레이션 유발시킬 것

중국은 연일 미국의 금융완화 정책에 대한 우려와 재정적자를 축소하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전략에 따라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에 대한 방어망을 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장샤오창 발개위 부주임은 “미국이 방만한 통화정책을 사용할 경우 세계적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며 3차 양적완화 정책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미국 달러화의 지속적인 평가절하에 따라 중국이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이 자국 경제를 살리자고 방만한 통화정책을 계속한다면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 유럽 일본 등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들의 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재정확대와 금융완화 정책을 편데 따른 것”이라며 “이들 나라들은 이미 재정확대 정책을 펼 수 없을 정도로 재정적자가 늘어나 있는 만큼 재정적자를 축소하는 것이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도 지난 9일 “세계 금융 시장 혼란에 관련이 있는 국가들은 재정 적자를 축소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책임 있는 재정·통화정책을 실시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채무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통화정책 핵심변수로 부상한 위안화 환율

‘미-중 환율전쟁’과 별도로 위안화 환율은 이미 중국 통화정책의 핵심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7월말에 열린 ‘인민은행 지점장 회의’에서 “앞으로 통화정책은 금리 환율 공개시장조작 지급준비율 거시경제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전 회의와 달리 ‘환율정책을 통화정책의 주요 이슈’로 부각시킨 것이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도 몇 차례 “위안화 절상이 수입물가을 떨어뜨려 소비자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의 수입품 구조로 볼 때 위안화 강세가 수입 물가를 떨어뜨려 소비자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제한적인 반면 수출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위안화 강세를 마냥 반길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왕윤종 SK차이나 경영경제연구소장은 “중국 수입품의 대부분은 원유와 철강 등 에너지와 원자재 등 국가가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물품”이라며 “위안화 절상을 물가안정 정책수단으로 삼기에는 제한이 있으며 위안화 위상강화를 포함한 종합적인 거시경제정책 안에서 고려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환시장에선 연간 5% 절상 쪽에 베팅

11일 NDF(역외선물환시장)에서 위안화 1년 만기 선물환율은 달러당 6.2950위안에 마감돼 40개월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위안화가 앞으로 1년 뒤에 현재보다 1.63% 더 절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3.35% 정도 하락(위안화 절상)됐으니 연간으로는 5% 정도 절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베팅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편 인민은행은 12일 위안화 기준 환율을 달러당 6.3972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중국이 복수통화바스켓 제도를 도입한 2005년 7월21일 이후 최저다. 특히 위안화 환율은 이번주들어 5일 동안 0.0479(0.74%)위안이나 하락해 하루에 평균 0.0095위안이나 떨어졌다. 지난주 하루평균 하락폭 0.0041위안의 2.3배나 빠른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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