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금융긴축 완화, 성장 중심으로 정책 선회?

머니투데이 베이징=홍찬선 특파원 2011.08.1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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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물가안정 구조조정 3마리 토끼 잡아야 하는 중국, 깊어가는 고민

중국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물가를 안정시키면서 적정 성장률을 유지하는 동시에, 경제발전 모델을 ‘수출과 투자 위주의 양적 성장’에서 ‘국민소득 증대를 통한 내수확대와 격차해소라는 질적 발전’으로 전환하는 쭈안싱(轉型)도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상시라면 물가안정을 위해 금융긴축을 더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S&P 태풍’으로 성장률을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 증시가 동반폭락하고 세계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질 것으로 우려되는 탓이다. 물가안정과 적정성장유지를 달성하지 못하면 12차5개년계획(12.5규획)에서 강조한 ‘쭈안싱’은 물 건너 갈수가 있다.



“우리는 인플레이션 압력 관리, 경제성장 유지, 경제구조 조정 사이에서 적절하게 균형잡아야 한다”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최근 발언(9일자 CCTV)은 3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데, 마땅한 대책은 없는 중국의 고민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심각한 트릴레마(3중고)에 빠진 중국이 채택할 ‘솔로몬의 선택’은 무엇일까.

◇선택 강요당하는 중국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S&P 태풍은 중국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중국은 자본거래가 자유화돼 있지 않고, 주식시장도 B주식만 외국인이 직접 살 수 있도록 아주 제한적으로만 개방돼 있다. 자본시장과 주식시장이 100% 개방돼 외국인에게 활짝 열려 있는 한국이 연일 주가폭락과 환율 급등(원화가치 하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과 달리 중국은 상대적으로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상하이종합지수는 9일 한때 2437까지 폭락했다. 사회보장기금에서 100억위안(1조7000억원)을 투입해 주가 받치기에 나서면서 2560선까지 회복했지만, 2500선 지켜내기가 버거운 모습이다.

위안화 환율은 11일 달러당 6.3991위안으로 2005년 7월21일 환율 제도를 바꾼 이후 최저치로 급락했다(위안화 가치 최고치 급등). 특히 이날 하루 하락폭은 0.0176위안(0.28%)로 하루 변동 폭으로는 최대였다. 전날에도 0.0168위안 급락해 이틀 동안 0.0344위안이나 급락했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한 달러화 가치 때문에 위안화가 절상되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이처럼 급격한 절상은 핫머니 유입과 수출경쟁력 약화라는 불청객을 초래한다. 중국 외환국은 서둘러 부동산기업이 해외에서 채권발행이나 담보제공 대출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금융긴축 완화?

S&P 태풍으로 증시가 폭락할 때 중국 안에서는 악재가 있었다. 지난 9일 발표된 7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5%로 37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인민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올 들어 3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6차례 지급준비율을 올렸지만, 결과적으로 별무효과였던 셈이다.

S&P 태풍이 없었더라면 8월이나 9월에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금리 인상은 당분간 또는 아예 없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왕윤종 SK차이나 경영경제연구소장은 “중국이 당장 금융완화 정책으로 선회할 가능성보다는 금리인상을 더 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쑤(江蘇)성과 저장(浙江)성 등 동부연안 공업지대에서 금리가 월3~5%(연36~60%)인 사채시장이 3조위안(510조원)에 이를 정도로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금융긴축을 강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성장 중시로 선회?

중국의 7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50.7로 29개월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상반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도 9.6%로 전년 동기(11.3%)보다 1.7%포인트 낮아졌다.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는 단계에서 S&P 태풍이 몰아치고 있는 만큼 중국도 금융긴축 일변도에서 성장률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철용 LG차이나 경제연구소장은 “S&P 태풍 이후 글로벌 경제가 둔화되면 해외에서의 성장기여가 약해질 것이며 내수도 생각했던 만큼 늘어나지 않고 있다”며 “세계 경제가 3분기에 현격하게 둔화될 경우 중국도 성장을 중시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PMI가 여전히 기준치인 50을 넘어서고 있으며 GDP 성장률도 정부목표(8%대)보다 높기 때문에 당장 성장 중시로 선회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정도 경기둔화는 각오, 돈 풀어 경기 부양은 부작용만 키워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금리를 대폭 인하하고 재정지출을 크게 늘리는 등 막대한 자금을 풀어 대응했다. 중국도 4조위안(680조원)이나 풀어 세계경제가 조기에 회복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S&P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시키면서 글로벌 위기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재정적자를 축소하는 등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않고서는 돈을 풀어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점을 확인시킨 셈이다. 원자바오 총리가 주재한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각국은 재정적자를 축소시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새로운 접근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번 위기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위기 대응 능력도 비교적 많은 중국은 3분기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등 거시경제 지표가 발표될 때까지는 상황을 면밀히 관망하면서 내년 이후 중장기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왕윤종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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