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의 역습, 한국실리콘의 운명은?

더벨 박창현 기자 2011.05.0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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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04월28일(08:11)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태양광 폴리실리콘 광풍이 불고 있다.



태양전지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에 투자하겠다는 기업들의 발표가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고 있다. 기존 사업자들은 대규모 증설을, 신규 사업자들은 과감한 투자를 외치고 있다.

손을 걷어 부치고 나선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 거대한 바람의 세기가 가늠이 된다. 지난 2월 삼성그룹 계열 삼성정밀화학이 1만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한데 이어, 이 달에는 한화그룹과 LG그룹이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기존 사업자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현재 5000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 웅진그룹은 매년 1조원 씩 투자해 2015년까지 4만 톤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국내 폴리실리콘 1위 업체인 OCI의 공세도 대단하다. OCI는 지난 20일 총 1조8000억원을 들여 전북 군산 새만금산업단지 내에 폴리실리콘 제5공장을 추가 증설하기로 결정했다. 제5공장이 준공되면 OCI는 연간 2만4000톤의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하게 돼 명실상부한 세계 1위 폴리실리콘 업체로 올라서게 된다.

신성장 동력 확보에 혈안이 된 대기업들이 대거 폴리실리콘 사업에 뛰어들면서 수 년 전 블루오션을 개척해 기반을 닦아온 한국실리콘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한국실리콘은 연간 35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을 갖춘 업계 3위 업체다. 대주주는 매출액 1400억원 규모의 코스닥 상장사 오성엘에스티. LCD 제조 장비를 주로 만들던 오성엘에스티는 2008년 본격적으로 태양광 사업에 진출했다. 자회사로 한국실리콘을 설립한 것도 그 때다.

오성엘에스티와 한국실리콘이 태양광 사업에 진출한 것은 전적으로 오너인 윤순광 회장의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사업 추진 당시 경기도 화성시 소재 본사 건물(140억원)과 핵심 계열사였던 에이스디지텍(649억원)을 팔아 초기 자본금을 마련했다.

당시 오성엘에스티 매출이 60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수 천억원의 시설 투자금을 쏟아 부어야 하는 태양광 산업에 진출한 것 자체가 대단한 모험이었다.

3년 후 윤 회장이 받아든 성적표는 놀라운 수준이다. 신규 사업 진출 해인 2008년 3540원까지 떨어졌던 오성엘에스티 주가는 최근 태양광 테마주로 각광을 받으면서 3만원까지 올랐다. 또 상장을 앞둔 한국실리콘의 기업가치는 1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막을 해피엔딩으로 끝냈던 윤 회장의 성공시대는 이제 2막을 준비 중이다. 폴리실리콘 시장이 블루오션이던 때 사업가적 통찰력과 결단으로 혁혁한 성과를 거뒀지만, 이제는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위기를 직감한 오성엘에스티와 한국실리콘 역시 대기업의 공세에 맞서 신규 시설 투자를 위해 전방위적인 자금조달에 나선 상태다. 이달 들어 금융권 신규 대출 1000억원을 받았고, 추가로 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실리콘 상장 추진과 동시에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1500억원 가량의 투자 유치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견기업인 오성엘에스티가 대규모 장치 사업인 태양광 산업을 계속 끌어가기에는 재무적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더욱이 대기업들이 수 조원을 투입해 추격전에 나선 만큼 수년 내 가격 및 기술 경쟁력에서 밀릴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결국 윤 회장의 기업가 인생에 다시 한 번 모든 것을 걸어야하는 순간이 왔다. 골리앗과 대결을 앞둔 윤 회장과 한국실리콘이 과연 어떤 대응책과 생존 전략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기업의 장래를 건 태양광 대전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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