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 중국을 보라"

머니투데이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2011.03.0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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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에세이]역지사지가 상생의 비결

"중국으로 중국을 보라"


중국 언론들은 얼마전 "베스트바이가 중국에 개설한 9개 점포의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베스트바이는 한국의 하이마트 같은 미국의 최대 가전 유통업체다. 중국 진출 5년 만에 백기를 든 것이다.

베스트바이는 '바이쓰마이'(白思買)라는 중국어 간판을 달고 상하이, 베이징, 항저우, 쑤저우에서 영업을 했다. 퇴진한 이유는 크게 2가지로 알려졌다. 우선 미국식 소매유통 방식을 고집했다. 쑤닝(蘇寧) 궤메이(國美) 등 중국 토종 유통업체들은 매장을 가전생산업체에 임대한 뒤 판매를 그 업체가 파견한 직원이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토종업체들은 임대료 수입뿐만 아니라 제품판매액의 일정비율까지 이윤으로 챙겼다.



반면 베스트바이는 제품을 대량으로 가전생산업체로부터 사들였다. 그런 다음 매장에 직원을 고용해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고집했다. 그래서 베스트바이는 원가부담이 컸다. 또 한 가지는 시장 진출 시기가 너무 늦었던 것이다. 중국업체들은 2005년 이미 전국적인 판매망 구축을 완료한 상태였다. 점포 확장 속도도 너무 느렸다.

◇중국에서 구글이 패한 이유?



천하의 구글이 중국과 시비 끝에 홍콩으로 퇴진했다. 중국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두 로마에 가서 로마법을 따르지 않아서 실패한 사례들이다. 사실 로마에 가서 워싱턴식을 고집하는 것 자체가 시건방이다. 로마가 무지렁이일 때는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만 되어도 워싱턴식은 언감생심인 것이다. 이는 비단 기업만의 일이 아니다.

중국의 개혁·개방 이래 1989년 6월4일 톈안먼(天安門)사건이 터졌다. 베이징의 톈안먼광장에서 학생돚시민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며 연좌시위를 벌였다. 중국정부는 계엄군을 동원했다. 그래서 탱크와 장갑차로 시민들을 해산시키면서 많은 사상자를 낸 사건이다. 이때 서방에서는 중국공산당 정부의 붕괴를 점치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중국공산당 정부의 붕괴는 '서방의 눈'이었다. 오히려 중국에서는 1989년 톈안먼 사건이 사회주의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는 시각이다.

"1949년에는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었고 1979년에는 자본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었다. 1989년에는 중국만이 사회주의를 구할 수 있었고 2009년에는 중국만이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었다." 중국을 대표하는 지식인들의 주장이다.


◇역지사지가 상생 비결

1949년은 사회주의 이념을 내건 공산당이 중화인민정부를 수립한 해다. 미국의 지원을 받은 국민당과 일본을 몰아낸 영광의 해다. 1979년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한 해다. 2009년은 2008년 월가의 금융위기 이래 세계경제가 곤두박질칠 때 중국이 버팀목이 됐다는 뜻이다. 한국 입장에서 중국은 더이상 선택이 아니고 필수가 된 세상이다. 그런데 국민정서는 쌍방 모두 서로에게 그리 좋지 못한 게 사실이다.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보다 한국인을 대하는 중국인들의 태도가 뭔가 모르게 뻣뻣해지는 것을 한국인들이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사사건건 부딪치는 일이 많아졌다. 서로를 볼 때 자신의 시각에서만 보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절대 서로에게 유익하지 못하다. 미래를 향한 태도가 아니다.

"돈은 중국에서 벌고 미국과 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한국의 '이중적 정체성'을 이해하기 어렵다." 중국 외교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중국 관중국'(以中國 觀中國). 중국의 시각에서 중국을 봐달라는 것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상생의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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