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무상급식 내팔뚝 넣어서라도 막을것"

머니투데이 대담=박영암 사회부장, 정리=최석환·송충현 기자, 사진=이동훈 기자 2011.01.2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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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문일답..."나쁜 정치인은 여론 조작·선동"

"나쁜 정치인은 여론을 조작 선동하고, 좋은 정치인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지도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합니다."

오세훈 "무상급식 내팔뚝 넣어서라도 막을것"


오세훈 서울시장은 20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무상급식 문제에서 서울전선이 무너지면 앞으로 계속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며 무상급식 반대 기치를 외롭게 내건 이유를 이 같이 밝혔다.

오 시장은 특히 "어떻게 늘 이기는 싸움만 하겠냐"고 반문한 뒤 "설사 주민투표에서 지더라도 팔뚝을 넣어 무상급식 확산 둑이 터지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 시대를 이끌어가는 지도자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역사적인 맥락에서 필요한 순간에 결단을 내릴 수 있는 통찰력"이라며 "적재적소에 정확한 타이밍을 필요로 하는 정책을 집중해 쓸 수 있는 결단과 판단력,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력 대선주자중 앞장서서 무상급식 반대에 승부수를 던지는 것도 이 같은 통찰력에 근거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다음은 오 시장과의 일문일답.



-민주당의 전면적 무상급식에 대해 앞장서서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난해 12월 초부터 이 전쟁이 시작됐는데, 당시 무상급식이 무상시리즈의 시초가 될 것이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최근 그것이 현실화되면서 제 말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무상급식 문제에서 서울전선이 무너지면 앞으로 계속 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시장이라도 팔뚝을 넣어 무상급식 전면실시 둑이 터지는 것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 무상급식 반대여론 의외로 많다 ◆

-주민투표에서 반대하는 표가 더 많을 경우 정치적인 타격이 크지 않을까요.
▶정치인은 옳다고 생각하는 길에 대해선 뚜벅뚜벅 가야합니다. 어떻게 늘 이기는 싸움만 하겠습니까. 바람직한 정치인은 진실을 알리는 데 전면에 서야 합니다. '무상급식을 저소득층 위주로 하자'는 제 의견과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하자'는 민주당측 의견을 두고 물어보면 6대4, 7대3정도로 제 의견에 찬성하는 분이 더 많습니다. 문제는 그 분들이 얼만큼 투표장에 나오느냐가 관건입니다. 최근 민주당에서도 무상급식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어, 무상급식 실상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드리면 승산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나라당 서울시 당협 위원장들의 주민투표에 대한 반응은 어떻나요.
▶ 당협 위원장님들은 내년 총선에 미치는 영향을 많이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잘못됐을 때 한나라당이 입는 손실에 때문에 신중론을 펼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올바른 길이고 지켜야 할 가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국 한 방향으로 수렴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나쁜 정치인은 여론을 조작 선동하고, 좋은 정치인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지도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흐르고 계속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의견이 결집될 것으로 보고, 협조를 구하고 있습니다.

-자칫 무상급식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는 걸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무상급식에 대한 정책은 무엇인가요.
▶ 무상급식 자체를 반대한다는 것은 오햅니다. 다만 중산층 이상 월소득이 1000만원, 1억원이 넘는 분들, 집에 자동차가 2~3대 있는 분까지 똑같이 현금을 나눠주는 민주당식 전면적 무상급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입니다. 대신 저소득층 가운데 밑에서 30%, 50%까지 4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확대할 방침입니다. 2014년이 되면 평균소득 하위 50%까지만 무상급식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게 핵심 내용입니다.

◆ 디자인서울은 미래세대의 먹거리 투자 ◆

-시의회에선 디자인서울이나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예산을 줄여 무상급식 대체 재원으로 쓰자고 합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 이들 사업을 마치 여윳돈이 있으면 해도 되고 없으면 안해도 된다는 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시대 흐름을 잘못 읽거나 알면서도 억지를 쓰는 것으로 비춰집니다. 디자인은 인간 삶의 질을 증진시키기 위한 총체적 노력입니다. 21세기를 소프트파워, 스마트파워 시대라 하는데 소프트파워의 힘은 결국 매력에서 나옵니다. 서울시 도시경쟁력 지수가 재임 기간 중 27위에서 9위로 올라왔는데 그것은 문화와 디자인에 대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도시가 매력이 있어야 올 생각이 없던 관광객도 들어오고, 기업도 들어옵니다. 디자인 사업으로 현 세대의 삶의 질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고 미래가치에 대한 투자도 시작됩니다. 먹고 살만한 애들 밥을 먹이느라 이것을 하지 말자는 것은 꿈과 비전을 포기하자는 소리입니다.
오세훈 "무상급식 내팔뚝 넣어서라도 막을것"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복지정책과 비교한다면.
▶ 솔직히 박 전 대표와는 비교가 불가능합니다. 박 전 대표는 총론인 사회보장기본법을 들고 나와 아직까지 "잘 하자" 수준입니다. 뭐가 바람직한 복지인지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습니다. 김 지사와는 도움이 많이 필요한 분들은 많이 드리고, 덜 필요한 분들은 적게 드린다는 의미라면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에 한나라당에서 '부자감세'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시장님의 개인적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 사실 감세와 작은정부, 시장경제는 일맥상통한다고 봅니다. 그런 만큼 감세나 증세에 찬성한다는 말보다는 실제 정책을 보면 어떤 입장인지 추론할 수 있을 겁니다. 기본적으로 서울시는 작은 정부를 지향합니다. 실제 지난 4년간 정원을 13% 이상 줄였습니다. 산하기관도 10% 이상 인원을 조정했습니다. 이정도 감원은 지방자치 역사상 처음일 것입니다. 이같은 노력으로 증세없이도 서울시는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세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부채가 대략 3조7000억 정도 되는데, 이는 서울시 예산 대비 15%에 불과합니다. 뉴욕이나 LA는 100%가 넘고, 동경이 160%인 것에 비해 서울시는 엄청 양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구청장들, 진정성 이해해 줘 정치적 마찰 없어 ◆

-서울시 의회와 달리 민주당 소속 구청장들과는 별다른 마찰음이 들리지 않습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 억지를 쓰는 구청장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대화가 잘 되는 편입니다. 사실 무상급식 관련해서 처음엔 구청장들도 분위기를 탔습니다. 그래서 지방선거 직후 밥이나 먹자고 불러 그 자리에서 이른바 끝장 토론을 2시간 반 하고 나니, 그 다음부터 좋아졌습니다. 정말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 고민하고 있다는 진정성을 이해해준 것입니다. 다들구청 재원이 여유 있는 줄 알고 무상급식을 한다고 했는데, 요즘엔 생각이 정리돼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울러 구청별로 골고루 잘해 드리려고 하고, 차별 없이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치지도자는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 적재적소에 정확한 타이밍을 필요로 하는 정책을 집중해 쓸 수 있는 결단과 판단력을 갖춰야 한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물의 진행 맥락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발휘되는 지혜 즉 '맥락적 지성(contextual intelligence)'이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즉 한 시대를 이끌어가는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역사적인 맥락 가운데 필요한 순간에 결단을 내릴 수 있는 통찰력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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