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공정사회의 낙하산잔치

머니투데이 김광수 강원대 경영대 교수 2011.01.06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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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공정사회의 낙하산잔치


최근 신문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를 강조한 이후에도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는 오히려 더 심화되어 나타났다고 한다. 실제로 8·15 이후 감사를 교체한 23개 공기업 가운데 60% 넘는 14곳을 대선캠프, 청와대 그리고 한나라당을 비롯한 범여권에서 경력을 쌓아온 정치권 인사들이 차지했다.

공정한 사회를 표방하기로 한 다음 이렇게 많은 정치권 인사를 공기업 감사로 임명한 것은 아무리 봐도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 생각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번 낙하산 인사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및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로 국민들의 관심이 잠시 공기업에서 멀어진 10월 이후 더 심화되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국민들의 눈을 피해가면서까지 낙하산 인사를 하는 것을 보면 정부도 이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렇게 정부가 겉으로는 공정사회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끊임없이 낙하산 잔치를 벌이는 것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공기업 개혁을 약속한 현 정부에 대하여 많은 기대를 걸었던 만큼 배신감 또한 적지 않다.

공정한 사회란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듯이 기회 앞에서도 평등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자격과 능력을 갖춘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개적 경쟁을 통해 원하는 직책을 맡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공기업 감사직은 공기업의 업무가 합법적으로 수행되는지 감독하는 매우 중요한 자리다. 때문에 감사가 되려면 적어도 감사업무 수행에 필요한 전문지식, 공정성과 책임감을 갖춰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에 감사로 임명된 정치권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해당 공기업의 업무를 제대로 감독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그래도 일단 공기업 감사로 임명되고 나면 특별히 하는 일 없이도 억대 연봉을 받는다고 한다. 더 심한 경우에는 감사의 연봉이 기관장의 연봉보다 많은 곳도 있다고 한다. 정말 신도 가고 싶은 자리라는 말이 과장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편으로 국민들이 어렵게 낸 세금이 이렇게 함부로 낭비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분노 또한 커진다. 왜 공기업들이 아무 제재도 받지 않고 방만경영을 일삼으면서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엄청난 부채를 떠안고 있는지 그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공기업은 원래 정부의 대국민 서비스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경제논리에 입각해 운영하려고 설립된 기관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공기업 본연의 임무는 퇴색되고 지금은 정치인들의 정치수단으로 더 의미를 갖게 된 것 같다. 실제로 공기업은 집권세력들의 보은·보상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어 마치 집권세력의 전리품처럼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 관행이 없어지지 않는 한 공기업 개혁은 물론 공정사회도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실제로 낙하산 인사관행의 퇴치야말로 공기업 개혁과 공정사회 구현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왜 우리는 이렇게 비싼 세금을 내가면서 정부의 잘못된 행태를 항상 걱정해야만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우리도 정말로 정부가 공정사회 구현에 앞장서서 온 국민이 정부를 믿고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나라에서 사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이런 관점에서 공기업 개혁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워 집권에 성공한 현 정부는 이제라도 공기업 개혁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공정사회 구현을 위해서도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낙하산 인사 관행의 퇴치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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