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길게 보아 10년 전의 상황에 비춰봐도 그 변화가 작지 않음을 실감한다. 외환위기의 그늘이 크게 드리워졌던 당시 우리는 세계경기에 근근이 의존했고 채권국의 여론재판에 휘둘렸으며, 주력산업들에는 부실이라는 오명이 씌었다
우리 산업이나 기업들이 겪은 고난의 시간도 가볍지 않았다. 외환위기의 주범이라는 덫에 갇혀 또 사고나 치지 않을까 스스로도 조심하며 현상유지와 사소한 혁신에 매달리며 10년의 시간을 보냈다. 그로 인한 연구·개발과 투자 부진으로 많은 청년들과 장년의 산업역군들 역시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다행스럽게 지난 10년의 마지막 수년에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러한 10년의 조류를 되돌렸고, 올해는 좀더 구체적 모습으로 드러났다. 참으로 오랜만에 한국은 세계 앞에 당당히 섰고, 조류 변화에 민감한 국내 글로벌 대기업들은 지배구조에 대한 힘찬 포석을 뒀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2010년은 마침내 우리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은 한 해였다.
덕분에 경제전망을 일로 삼는 경제학자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기업투자에 대한 밝은 전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내수의 한 축에 희망의 불씨가 생겼으니 가계채무와 정부재정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향후 10년의 한국 경기는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향후 10년에 한국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은 가계채무일 것임을 부정하는 경제학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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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 자신감을 회복한 것은 분명하나 그렇다고 나아갈 길까지 확실해진 것은 아님도 분명하다. 외환위기와 그 이후의 무모한 실험과 투쟁들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남긴 제도적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동북아에서 자리매김 그리고 남북관계에 대한 좌표 설정도 아직 모호하다. 한국 산업과 기업의 위상은 높아졌으나 그 위치에 걸맞은 혁신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우연의 일치일까? 우리가 모색하는 상생과 창의의 원천이 타인의 위치에 자신을 놓을 수 있는 인간다움에서 비롯한다는 것이. 아담 스미스, 조안 롤링, 스티브 잡스의 공통점은 여기에 있다. 그래서 향후 10년의 한국을 인간다움으로 기약해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천안함과 연평도의 희생자와 유가족 분들의 깊고 깊은 슬픔을 함께 나누며 10년을 기약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