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銀, 4룡간 치열한 리딩뱅크 전쟁 스타트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0.11.2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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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외환, 3위 금융지주 '우뚝'....국민·우리·신한과 '리딩뱅크' 경쟁 불가피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로 은행권에 대대적인 격랑이 예고되고 있다. 자산 300조원대의 대형 금융지주사들이 무한 경쟁에 돌입하는 '4룡' 시대가 열리게 됐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주춤했던 은행업계의 '영업대전'도 불을 뿜게 될 전망이다. 금융권에선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권에 가장 큰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은행 지형도, '3강 1중'서 '4강' 체제로=하나금융은 자산 규모 200조원(3분기 말 기준)으로 국내 4대 금융지주 중 덩치가 가장 작다. 우리금융지주(332조원) KB금융지주(330조원) 신한금융지주(310조원) 등 경쟁사와 격차가 크다.



하나은행 핵심 관계자는 "경쟁사에 비해 은행 규모가 작은 게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었다"며 "은행만 보더라도 지점 수나 고객 기반이 적다 보니 영업 현장에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 전 우리금융과의 합병을 검토해 온 것도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지 않을 경우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하나금융은 그러나 우리금융을 포기하는 대신 외환은행(116조원)을 전격 인수하면서 단숨에 자산 규모 3위(316조원)의 대형 금융지주사로 탈바꿈하게 됐다. 우리금융과 KB금융 (76,600원 ▼1,100 -1.42%)에 다소 못 미치지만 신한금융을 넘어서는 규모다.



영업망도 대폭 확대된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로 국내 은행 영업점이 649개에서 1002개로 늘어난다. 신한은행(942개)과 우리은행(892개)의 영업망을 넘어서고 국민은행(1171개)에 거의 다가선다. 하나금융은 특히 외환은행의 해외 27개 지점망을 확보해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를 꾀할 수 있게 됐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전개될 우리금융 (11,900원 0.0%)과 산은금융지주, 기업은행 민영화의 향배가 변수가 되겠지만 현재로선 4강 금융지주 체제의 지형 속에서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딩뱅크' 자리다툼, 영업대전 불 뿜는다=은행권이 4룡 체제로 재편되면서 '리딩뱅크'(선도은행)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영업전쟁도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은행권에선 2008년 금융위기 전만 하더라도 대출 자산 늘리기 경쟁이 화두였다. 국내 경기가 좋았던 데다 부동산 시장도 최전성기를 구가한 무렵이었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글로벌 경제위기가 터지자 은행들은 '대출경쟁'을 자제하고 '건전성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은행권에선 이런 영업 환경이 내년부터는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리테일(소매금융) 및 프라이빗뱅킹(PB) 분야에 강점을 가진 하나은행이 기업금융과 외환업무에 특화된 외환은행과 시너지를 내며 공격적인 시장 지배력 확대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경쟁은행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M&A 후 시너지가 곧바로 발휘되긴 힘들겠지만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포트폴리오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 위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내년 영업계획에 하나금융 변수를 반영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경쟁은행 관계자도 "경기가 회복되면 은행간 영업 경쟁이 불가피하다"며 "국민은행이 내년부터 공격적인 영업을 준비하고 있고 하나금융이 경쟁에 뛰어들 경우 금융위기 이전 은행간 무한경쟁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지주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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