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두바이', 도심 곳곳 짓다 만 건물

머니투데이 두바이(UAE)=전예진 기자 사진=이동훈 기자 2010.11.02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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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모라토리엄 선언 1년-'극과 극'의 현장에 가다](2)꽁꽁 언 건설·부동산시장

편집자주 2009년 11월25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국영 개발회사 두바이월드가 '채무지급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했다. 다음날은 이슬람 최대 명절인 '이드알아드하'(희생제)와 UAE 건국기념일로 두바이는 1주일간 연휴기간이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휴일후 첫 개장한 두바이 증시는 7.3% 급락했다. '제2 서브프라임' 사태로 확산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왔다. 대형 개발프로젝트가 진행되던 공사 현장은 멈췄고 외국인 노동자들은 공항에 차를 버려두고 두바이를 떠났다. 중동의 개발 신화라 불렸던 두바이는 모래 위의 바벨탑으로 전락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두바이의 개발 현장은 여전히 진전이 없는 모습이었다.


- 대형공사 중단·오피스 공실률 증가
- "국가 신용 회복 10년이상 걸릴 듯"


↑두바이 7성급 호텔 '버즈 알 아랍'↑두바이 7성급 호텔 '버즈 알 아랍'


10월29일 찾은 두바이를 관통하는 메인도로 '셰이크자이드 로드' 주변에는 대형 건물 사이로 모래 바람만 휘날렸다.

허허벌판으로 남겨진 미개발 부지에서 날아온 먼지 때문이다. 신시가지 '비즈니스베이'에는 공사가 중단돼 철골 구조를 앙상히 드러낸 건물이 절반 가량 된다. 대형 포크레인과 건설 자재를 실은 트럭이 멈춰서 황량함을 더했다.



올 초 개장한 세계 최고 높이의 건물 '부르즈 칼리파' 주변에도 짓다만 건물들이 방치된 채 버려져 있다. 마치 도시 한 복판에 영화 세트장이 들어선 것 같은 우스꽝스러운 광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대형 개발 프로젝트 현장들도 썰렁하긴 마찬가지다. 야자나무 모양의 거대한 인공섬 '팜 아일랜드 프로젝트' 가운데 '팜 데이라'는 개발이 전면 중단돼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나마 가장 먼저 공사가 시작돼 2008년 12월 개장한 '팜 주메이라'는 운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초호화 럭셔리 호텔인 아틀란티스와 아쿠아리움에만 조명이 켜졌을 뿐 밤에는 불이 꺼진 곳이 많아 섬의 형체를 찾아볼 수 없었다.

↑두바이 중심가 공사지연 현장↑두바이 중심가 공사지연 현장
두바이의 건설·부동산시장은 경제위기에 허덕이고 있다. 자금조달이 어려워 신규 개발 사업은 중단되거나 지지부진하고 무분별한 개발과 공급과잉으로 기존 오피스와 주택 임대시장은 폭락했다.

셰이크자이드 로드에서 레스토랑 3곳과 아시아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차청두 사장은 "직원들 숙소로 사용하는 방 하나짜리 아파트 1년 임대료가 2007년도에는 최고 5만2000디르함(약 1560만원)이었지만 2008년도 4만디르함(1200만원)으로 떨어졌고 지금은 3만3000디르함(990만원)으로 하락했다"고 말했다. 임대료가 절반 이상 하락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같은 폭락 장세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은 내년까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해외부동산업체 존스 랭 라살은 현재 40%에 이르는 두바이 오피스 공실률이 내년에는 5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1년째 하락세를 지속했던 두바이의 아파트 임대료도 더 떨어질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됐다.

부동산 투자컨설팅 전문업체 CBRE의 UAE지사 수석 연구원 매튜 그린은 "올해 3분기 임대료가 13% 하락한데 이어 올해 4분기에도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며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임대수요가 감소하고 이런 추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두바이 시내 완공빌딩 임대 광고↑두바이 시내 완공빌딩 임대 광고
건설 경기 전망도 밝지 않다. 이해주 현대건설 UAE 지사장은 "당초 은행에서 무분별하게 대출을 해주면서 공사를 남발하고 투기를 부추긴 탓에 생긴 거품이 아직도 꺼지지 않고 있다"며 "아부다비와 달리 두바이는 앞으로 1~2년간 발주될 대형 공사가 없기 때문에 내년 이후에도 한동안 건설 경기가 살아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두바이에 진출한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두바이 쇼크전 부동산 투자설명회에 가면 세계 투자자들이 모여들어 발 디딜 틈이 없었는데 올해 열렸던 2개 박람회의 경우 모두 실패했다"며 "두바이는 경제성장동력으로 부동산 사업에 집중해 지금까지 지탱해온 국가로 신용을 회복하기엔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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