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보는 韓 조선사 해외 법인, 애물단지에서 효자됐네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10.11.01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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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STX유럽 이어 한진重 수빅조선소 3분기 첫 흑자...캐시카우 역할 기대

조선업계의 해외법인이 애물단지에서 효자로 거듭나고 있다. 상반기 STX유럽에 이어 이번에는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가 가동 3년여만에 흑자전환할 전망이다. 국내 조선사들의 해외 투자가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다.

31일 한진중공업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 수빅조선소는 지난 3분기 첫 흑자전환했다. 정확한 영업이익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한진 수빅조선소가 3분기 두 자릿수 분기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연간 실적 턴어라운드에 대해서도 자신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2007년 12월 필리핀 수빅조선소를 본격 가동하고 그간 생산 효율 향상에 주력해 왔다. 회사 관계자는 "수빅조선소는 임금이 낮은데다 (블록부터 선박까지) 일관생산체제 구축으로 원가가 크게 절감된다"며 "3분기 흑자전환에 이어 연간 실적도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STX유럽 역시 2분기 및 상반기 기준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STX에 인수된 후 첫 흑자다. 지난 2007년부터 크게 줄어들며 바닥을 친 수주량이 올 들어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



업계는 국내 조선사들의 해외 법인이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대규모 투자금의 회수가 시작된 셈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전반까지 국내 조선사들은 중국 등지에 소규모 블록공장을 운영했을 뿐 대규모 투자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지난 2006년 영도조선소 부지 협소 문제로 고심하던 한진중공업이 조선사업의 명운을 걸고 필리핀에 조선소 건설을 결정하면서 물꼬를 텄다.

이어 후발주자인 STX가 대규모 해외투자의 바통을 이었다. 2007년 중국 다롄에 조선소 건설을 결정했으며 유럽에서는 크루즈선 조선사인 아커야즈(현 STX유럽)를 전격 인수했다.


특히 한진중공업의 경우 영도조선소를 소규모 선박 및 특수선 건조기지로 특화시키고 주력인 대형 상선은 수빅조선소를 통해 건조한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수빅조선소의 자생력 확보가 한진중공업의 경쟁력 제고의 핵심키로 자리잡았던 것.

투자 초기에는 악재의 연속이었다. 수빅조선소는 낮은 근로자 숙련도로 인해 생산효율 문제가 지적됐다. STX유럽은 크루즈 시장 진출을 경계하는 유럽 조선업계의 텃세로 경영권 안정에 상당기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해외 법인 수익구조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시름을 덜게 됐다. STX유럽은 올 상반기 대형 크루즈선을 수주한데 이어 하반기 크루즈 페리선 두 척과 기타 특수선박 수주에 연이어 성공했다. 수빅조선소 역시 현장이 주야로 풀가동될 만큼 수주 잔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다만 "한진중공업의 경우 수빅조선소에서 이익이 난다 해도 본사 이익이 줄어 전체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며 "국내 사업장 가동을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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