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보호 못하는 보호예수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10.10.18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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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하의 네이키드코스닥]

한국 증시에서는 상장사와 비상장사가 합병할 때 최대주주와 '최대주주 등'으로 분류되는 측근들의 주식은 1년간 보호예수를 하도록 합니다. 합병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정보에 소외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죠.
하지만 최대 2년까지 걸리는 이 보호예수 기간이 길다보니 여러 가지 '편법'들이 등장을 합니다.

지난 11일 합병등기가 완료된 유아이디 (1,396원 ▲56 +4.18%)와 나우테크의 합병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두 회사 모두 박종수 대표이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입니다. 유아이디는 관계회사인 나우테크와 중복이 되는 사업부인 LCD/PDP필터용강화유리 제조부문을 통합함으로써 생산 및 관리의 효율성을 증대한다는 이유로 1대 3.0 비율로 합병을 실시했습니다.

이사회에서 합병을 결의해서 공시한 것은 지난 7월12일. 수차례 금융감독원 정정 끝에 합병등기가 완료된 건 3개월 후인 10월 11일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합병 결의 당시에는 '최대주주 등'으로 분류됐던 주식회사 '서우'가 실제 합병 등기에서는 보호예수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합병 발표 다음날인 7월13일 주요사항보고서에는 서우가 나우테크 8.06%를 보유한 '최대주주 등'으로 분류돼 보호 예수 대상이었지만, 8월 30일 주주총회 전 '최대주주 등'에서 제외된 겁니다.



서우는 박종수씨의 동생인 박성민씨가 보유한 건설회사로 유아이디와 합병이 이뤄지면 유아이디 지분 4.76%(56만6127주)를 보유할 예정이었습니다 . 하지만 합병 주주총회 전에 모든 보유주식을 유아이디 임직원들에 팔았습니다. 개별 임직원들은 보호예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합병후 신주 가운데 보호예수돼야 할 지분이 그만큼 줄어들었습니다.

박종수 대표 동생이 보유한 서우는 합병후 보호예수로 묶이게 될 비상장 나우테크의 주식을 곧바로 처분해 현금화했고, 유아이디 임직원들은 합병후 곧바로 팔 수 있는 주식을 손에 쥔 것입니다. 합병후 시중에 풀릴수 있는 물량은 그만큼 늘어나 주가 하락 압력이 커졌기 때문에 소액주주들로서는 '손해'를 입는 셈입니다.

왜 이 같은 일이 일어난 걸까요. 코스닥상장규정 22조에 따르면 최대주주 등의 보호예수를 '합병기일'부터 1년간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사회 결의 시점에서 보호예수 주식으로 신고했더라도 합병기일 즉, 합병주주총회일 전 비상장 주식을 팔아버리면 보호예수에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합병결의와 합병기일 사이의 지분변동 사항은 보호예수 제도의 '구멍'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겁니다. 이 때문에 보호예수 대상 지분 적용 시점을 합병효력이 발생하는 이사회 결의때부터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당국이 우회상장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 같은 '편법'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굳이 우회상장이 아닌 단순한 합병의 경우 보호예수의 그물망은 훨씬 느슨해지기 때문이죠. 우회상장요건에 해당할 경우, 특수관계인들의 주식은 합병 전 6개월까지 보호예수되지만, 우회상장이 아닐 경우 합병기일인 주주총회일부터 보호예수를 적용받습니다.

보호예수는 소액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입니다.
하지만 소액주주 보호의 그물망에는 끊임없이 이런 구멍들이 생겨나고, 소액주주의 피해도 반복됩니다. 그물코를 부지런히 손질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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