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핸즈프리 선두주자'의 씁쓸한 변신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10.10.04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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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하의 네이키드코스닥]

국내 최초로 '핸즈프리'제품을 개발한 26년 업력의 자티전자 (0원 %)가 요즘 테마주로 급변신했습니다.
효국토건이라는 회사가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고, 이른바 '제4이동통신' 사업에 참여한다고 밝히면서 십여 년간 잠잠하던 주가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자티전자는 지난 1984년 한창전자통신으로 설립, 1989년 자티전자로 이름을 바꾼 '핸즈프리', '네비게이션' 전문업체입니다. 국내 최초 모토롤라 핸즈프리를 시작으로 '길벗'네비게이션 등 텔레메틱스 제품을 개발해 왔습니다.



창업자 이광순 대표가 26년간 IT벤처 기업의 길을 이끌어왔습니다. 회사 이름 '자티'도 이 대표의 고향인 충청남도 공주의 고개 이름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자티가 걸어온 길은 순탄치 못했습니다.
시장 급변으로 실적이 부진해지고,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금속노조와의 갈등도 첨예하게 빚어졌습니다.



자티전자는 지난 2007년과 2008년 각각 51억원, 30억원의 순손실을 냈습니다. 25년간 자티전자를 이끌어오던 이광순 대표이사는 결국 지난해 경동제약에 서울사옥을 350억원에 매각한 뒤 인천 남동공단으로 이전했고, 회사 매각을 결심했습니다.

서울 사옥매각으로 지난해는 156억원의 순이익을 거뒀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다시 순손실 17억원으로 적자전환했습니다.

사옥을 매각한 돈 때문에 당좌자산이 242억에 달하지만 블루투스 및 GPS폰과 네비게이션 제조 등 핵심사업은 최근 수년간 수십억원대의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에도 매출액 7억2900만원에 영업손실은 20억원이 넘었습니다. 이 때문에 이 대표는 회사를 판 것이 아니라 사옥을 매각한 것이며, 결과적으로 20여년간 벤처투자가 아니라 '부동산 투자'를 해온 것이라는 냉소적인 말들도 나옵니다.


2005년 설립된 인천의 건설·토목회사인 효국토건은 아직 계약금 10%만 납입한 상황입니다. 매매대금 총액은 287억5000만원, 계약금 10%인 28억7500만원이 이광순 대표에게 지급됐고, 임시주주총회 7일 전인 오는 11일까지 잔금이 약 259억원이 지급 완료돼야 효국토건은 지분 40.09%를 보유할 수 있게 됩니다.

'새 경영진'은 기업인수 잔금도 납입하지 않은 상황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고, 주가는 1개월여만에 200%넘게 오른 뒤 열흘도 안 돼 반토막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제4이동통신 사업으로 불리는 코리아모바일인터넷(KMI)는 설립자본금 4600억원으로 출발한 후 추가 증자로 자본을 확충해야하는 대규모 사업입니다.
자티전자는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KMI와 컨소시엄 참여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으며, 출자금액은 1차 420억원, 2차 380억원을 포함 총 800억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회사 측에서는 800억원 자금조달을 자신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효국토건은 지난해말 기준 자본금 12억7000만원. 자본총계는 23억9000만원이고, 부채 17억6000만원을 포함한 자산은 41억5000만원에 불과합니다. 당좌자산 규모는 40억원 가량으로 자티전자 인수잔금 약 259억의 15%수준입니다.
41억원 자산의 효국토건이 287억원에 자티전자를 인수한 뒤 KMI사업에 800억원까지 투자하겠다고 뛰어든 것입니다.

자티전자는 올해 2월 이용관 아도라프리미어 대표 외 2인과도 매각계약을 맺었지만 중도에 양수도계약이 해지되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는 매각이 완료된 이후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난다는 계획이지만, 회사는 아직 매각이 완료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벌써부터 '테마주'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뿌리 깊은 한 중소 IT기업의 불안한 '변신'이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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