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살 찌푸려지는 기관 뇌동매매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10.09.27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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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하의 네이키드코스닥]'악재성 루머' 차익실현 빌미로 활용

'대기업 인수합병(M&A), 분식회계, 대기업 하청중단 등…'

증시주변의 '루머'를 통한 뇌동매매는 개인투자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단타를 선호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시세에 대한 확실한 예측을 갖지 못하고 시장 분위기나 다른 투자자들이 움직임에 편승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최근 루머확산은 좀 더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특히 기관투자자들이 '엉터리 루머'에 휩쓸려 매매하는 모습도 많이 눈에 띕니다.



실례로, 건실한 중소기업으로 분류되는 엘앤에프, SDN, 프롬써어티는 올해 한 차례씩 '엉터리 루머'로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그리고 루머가 번진 동안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투자자는 개인이 아닌 기관이었습니다.

2차전지 양극활물질을 국내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는 엘앤에프 (160,700원 ▼100 -0.06%)는 최근 1개월간 호재와 악재성 루머가 잇따라 번지면서 약 84%급등 후 1주일만에 고점대비 74%하락했습니다. 그동안 기관은 대규모 매수와 매도를 반복했습니다.



지난달부터 모 대기업이 엘앤에프를 M&A하거나 지분인수를 타진하고 있다는 호재성 루머가 돌았고, 8월13일부터 9월13일까지 기관은 약84만주를 순매수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렸습니다.

그러나 지난 17일 LG화학의 하청중단설이 돌면서 엘앤에프는 돌연 하한가로 추락했습니다. 대기업 M&A가 무산됐고, 라인 증설을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설 것이라는 루머도 겹쳤습니다.

회사가 즉각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주가는 하한가를 유지했고 다음 거래일인 20일에도 3.5%하락, 5일 연속 추락했습니다. 악재성 루머가 번진 나흘간 기관은 약34만4000주를 순수하게 팔아치웠고, 개인들만 기관의 매물을 받아냈습니다. 특히 하한가로 추락한 17일 하루 동안 기관은 엘앤에프 주식을 약 30만주가량 순매도했습니다. 투신이 가장 많은 15만5000주를 매도했고, 보험, 사모펀드, 기타법인, 증권, 기금 모두 엘앤에프 주식을 팔았습니다.


회사 측은 루머의 '처음부터 끝까지 근거가 없었다'고 합니다. 실제 대기업과 어떤 움직임도 없었고, 증자할 필요도 없으며, LG화학으로의 납품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얘깁니다.

반도체 웨이퍼 검사장비 업체인 프롬써어티 (5,160원 ▲50 +0.98%)도 지난 3월30일 장중 돌연 분식회계설이 돌며 하한가로 추락했습니다. 매도의 주역은 역시 기관. 대표이사가 직접 분식회계 루머에 대해 해명하며 강력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기관은 하루 동안 21만 3000주를 순매도했고, 증권사가 15만주 투신이 8만5000주를 순수하게 팔아치웠습니다. 개인이 22만4000주, 외국인은 1만2000주를 순매수하며 매물을 받아냈습니다.

그러나 이후 분식회계설이 '엉터리 루머'였다는 걸 증명하듯, 프롬써어티는 IT장비주 랠리에 동참하면서 40여일만에 주가가 80%넘게 올랐습니다.

소형 선박 엔진 및 태양광발전 시스템 업체인 SDN (2,170원 ▲55 +2.60%)도 지난 8월24일 개장초 분식회계 루머가 돌면서 장중 11.5%까지 추락했습니다. 이날도 대규모 물량을 쏟아낸 건 기관, 특히 투신과 사모펀드였고 물량을 사들인 건 개인이었습니다. 기관은 하루 동안 21만7000주를 순매도했고, 투신이 12만주, 기타법인이 11만주를 순매도했습니다. 회사 측에서 즉각 분식회계 루머에 대해 해명했지만 기관은 이후에도 이틀 연속 매도세를 이어갔습니다.

이 같은 기관의 매매패턴을 두고 루머가 기관 차익실현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냉소적인 분석도 나옵니다. 호재성 루머가 주가를 끌어올리는데 활용되고, 악재성 루머가 차익실현의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깁니다.

최근 증시는 메신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허위정보 유포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M&A, 분식회계, 하청중단 등 터무니 없는 루머가 다양한 통신수단을 통해 조직적으로 번져가고 있는 겁니다.

자의였던 타의였던 간에, 기관들이 '엉터리 루머'에 휩쓸리며 뇌동매매에 앞장서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건전한 시장발전과 간접투자문화 확산을 위해, 보다 신중한 기관투자자들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엘앤에프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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