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3천억$, 환율안정 안전판 역할?

머니투데이 김한솔 기자 2010.10.07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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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변동환율제 아래서 완충 역할 수행 평가..."자본 유출입 규제 병행돼야"

3000억 달러에 육박하며 사상최고치에 달한 외환보유액. 외환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어느 정도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외환보유액을 쌓는 것만으로는 유사시 대규모 외화 유출입에 따른 환율 급등락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적절한 유출입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6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 1997년 12월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204억 달러에 불과했다. 이후 2008년 9월 미국발 금융위기 때 외환보유액은 2396억 달러. 11년만에 11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97년 외환위기 때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의 하루 변동폭은 큰 차이가 없다. 97년 4분기 원/달러 환율은 일중 변동폭 평균은 55.10원(3.91%). 98년 1분기의 경우엔 48.30원(2.99%)이다.

2008년 4분기 원/달러 환율의 하루 변동 폭은 평균 45.30원(3.32%)로 97년 4분기~98년 1분기 때의 환율 변동 폭과 거의 차이가 없다. 환율의 하루 변동 폭이 10원만 돼도 매우 큰 폭의 변동을 보인 셈인데, 40~50원이면 패닉 상태나 다름없다.



언뜻 보면 10배 이상 불린 외환보유액이 제 구실을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97년 외환위기 때와 2008년 금융위기 때는 한 가지 큰 차이가 있다. 97년 외환위기 때까지 관리변동환율제(시장평균환율제)였던 게 그 이후 자율변동환율제로 바뀐 것.

즉 외환위기 당시엔 환율 변동 폭에 상·하한선이 있어 변동폭이 일정 수준 이상 넘지 못했지만, 현재 자율변동환율제 아래선 변동폭 제한이 전혀 없다. 이를 감안하면 금융위기 당시 변동폭은 상당히 제한적이었던 것.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97년 외환위기 당시 관리변동환율제가 아니었다면 원/달러 환율이 하루 100~200원 이상 상승할 수도 있었다"며 "자율변동환율제인 금융위기 당시 하루 변동폭이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것은 외환보유액 증가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만 보면 외환보유액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300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현재 보유 규모가 절대 과도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외환보유액의 규모뿐만 아니라 가용성도 중요하다"며 "외환보유액은 외환시장의 최종적인 '안전판'역할을 해야하는 만큼 규모도 늘려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환보유액 적정 규모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외환보유액을 늘리면 유지 비용이 덩달아 증가하기 때문이다.

당국이 외환보유액을 늘리기 위해 달러를 사들일 경우, 풀린 원화로 인한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통화안정증권(한국은행)과 외국환평평기금채권(기획재정부)를 발행해 원화를 회수한다.

지난 8월말 현재 한은의 통안채 발행 잔액은 약 163조 1400억 원. 지난해 말 기준 외평채 발행 잔액은 104조9000억 원이다. 2009년 한 해 동안 통안채와 외평채 이자지급액은 무려 총 11조원(통안채 6조2000억 원, 외평채 4조8000억 원)에 달했다.

글로벌 외환시장 구조를 감안할 때 무작정 달러 보유를 늘리는 게 상책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은에 따르면 2분기 중 세계 외환시장의 거래 규모는 하루 평균 4조 달러인데 반해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거래 규모는 하루 평균 540억 달러로 1.35% 정도에 불과하다. 외화자금이 일시에 유출될 경우 제2의 외환위기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

배민근 LG경제연구원 박사는 "외환보유고를 늘리는 것과 함께 외환시장 거래 규모를 키우고, 자본자유화 정책기조 역시 일부 수정해야 한다"며 "환율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외환 유출입 규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중국이 급격한 위안화 절상 요인에도 불구하고 환율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관리변동제도와 함께, 자본 유출입에 대한 철저한 통제도 한 몫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면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 해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9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2897억8000만 달러로 이 중 미국 국채 등 유가증권이 87%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 외에 예치금 11.4%, SDR 1.2%, IMF포지션 0.3% 그리고 금이 0.0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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