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발판삼아 환율정책도 '친서민'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2010.08.0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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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환율정책이 친서민으로 선회할 원군을 만났다.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소비자물가 안정을 위한 '저환율'(원화강세)의 정책기반이 마련된 것.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말 외환보유액(잔액기준)은 2859억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6월 말보다 117억4000만 달러 늘어났다. 세계 6위 규모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처럼 급증한 외환보유고가 청와대 등 여권핵심에 펀더멘털(경제기초체력) 측면에서 저환율 정책으로 선회할 동력을 제공한다는 분석이다.



7월에 과일 채소 등 장바구니 물가를 나타내는 '신선식품지수'가 16.1% 폭등해 약 6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게다가 1년 이상 묶여 있던 전기, 가스, 시외버스 등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물가불안이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역점 사업인 친서민정책을 뿌리채 흔들고 있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 물가와 직접적 상관관계가 있는 환율정책에 변화가 올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을 10% 떨어뜨리면 소비자물가는 1.8%포인트 하락하기 때문에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저환율의 유혹을 떨쳐버리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주이환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사상 최고 수준의 외환보유액을 쌓아 놓은데다 하반기에도 흑자기조가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다"고 분석했다.

외국계 투자은행들도 원화강세를 점치고 있다. 대다수가 3개월 후 1100원, 6개월 후 1050원을 내다보고 있다. BOA메릴린치 같은 경우는 올 연말에 1000원까지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환율은 정부의 정책의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거시정책"이라며 "펀더멘털이 원화강세를 지지하고 있어 정부의 친서민 환율정책 전환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전망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환율정책에 '친서민' 또는 '대기업 친화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에 극도로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제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환율정책이 친서민 수단으로 변질되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환율은 양면성이 있어 저환율이 반드시 서민들에게 유리한 것이 아니다"라며 "거시정책수단인 환율이 친서민 정책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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