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간의 '신한 사태'… 10개월前 무슨 일이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0.09.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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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지주 사태는 표면적으로 지난 해 11월 접수된 한 투서(진정서)가 발단이 됐다.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이 행장 시절인 2005~2006년 내부 규정을 위반해 친인척 관계로 얽힌 투모로그룹 자회사 3곳(금강산랜드, 투모로CC, 투모로에너지)에 무리한 대출(950억원 규모)을 해줬다는 내용이었다.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과 신 사장의 '갈등설'이 퍼지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당시 금융권에선 신 사장이 라 회장의 4연임을 막기 위해 금융실명제 위반(차명계좌 개설) 의혹을 정치권에 전달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두 사람의 갈등설은 올해 초 정치권에서 라 회장의 차명계좌 의혹이 이슈가 되면서 더욱 구체화됐다.



진정서 접수 후 오랜 기간 자체 조사에 나선 신한은행은 결국 지난 2일 신 사장을 배임과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불법 대출로 은행에 손해를 끼쳤고, 이희건 명예회장의 자문료 15억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였다. 당시 여신 라인에 있었던 지주 계열사 사장들과 임직원 등 6명도 신 사장과 함께 고소됐다.

신한은행은 아울러 지주 이사회를 열어 신 사장을 해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직 은행장이 전 행장이자 지주사 사장을 '개인비리'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고 외부에 알린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금융권에선 모범적인 지배구조 사례로 거론됐던 신한지주에서 벌어진 이번 사태를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소문으로만 돌던 라 회장과 신 사장의 '갈등설'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권력암투설'이 회자됐다.



검찰 고소 이후 라 회장과 이 행장, 신 사장은 진실공방을 본격화했다. 신 사장은 1(라 회장)과 3(이 행장)이 2(신 사장)를 몰아내려 한다며 불법대출과 자문료 횡령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반면, 라 회장과 이 행장은 신 사장의 '개인비리'일 뿐이라며 '권력암투'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개최와 해임안 표결을 앞두고 양측의 '기 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이사회 멤버(라 회장, 신 사장, 이 행장 포함 12명)를 내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수 싸움이었다. 국내 사외이사(4명)들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라 회장과 이 행장측은 재일교포 주주와 이사(4명) 설득 작업에 주력했다.

이 행장은 고소 이튿날인 지난 3일 일본으로 출국했지만 재일교포 주주와 이사들이 신 사장 해임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성과 없이 귀국해야 했다. 이 행장은 이어 6일에도 일본을 찾아 신 사장에 대한 검찰 고소와 해임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9일엔 라 회장과 이 행장, 신 사장이 한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출국해 재일교포 주주와 이사들에게 현 상황을 설명하는 '나고야 혈투'가 전개됐다. 신 사장은 이 자리에서 이른바 '빅3'의 동반 퇴진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라 회장과 이 행장은 신 사장 해임 추진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나고야 설명회는 결국 신 사장 해임을 이사회에 일임하자는 것으로 결론났다.

외부 여론과 행내 분위기도 시시각각 출렁였다. 고소 직후 신한은행 내부에선 신 사장 '동정론'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재일교포 주주들과 이사들의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배임 및 횡령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임을 추진하는 데 대한 반발 기류였다. 그러나 이사회에 해임 여부를 일임키로 한 나고야 설명회를 계기로 신한 사태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에 휩싸였다.

'공멸'을 피하기 위한 막판 대타협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행장은 지난 12일 신 사장이 자진 사퇴할 경우 고소를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 사장은 이 행장과의 동반퇴진을 주장해 타협점을 찾지 못 했다. 13일엔 라 회장과 신 사장이 만나 면담을 했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14일 이사회 표 대결로 귀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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