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이름=신한금융 사외이사, 오늘 역사 남는다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10.09.1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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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가 이처럼 중요할 때가 있었나, 오늘 신한지주 이사회 관심 집중

사외이사 역할이 이처럼 중요할 때가 있었을까?.

14일 오후2시에 열릴 예정인 신한금융(신한지주 (49,000원 ▲1,300 +2.73%)) 이사회를 앞두고 사외이사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워지고 있다.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신한지주 사내이사)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신한지주 사내이사) '해임'이라는 사상 초유의 큼지막한 안건을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이사회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은행에서 고소당한 신상훈 사장은 물론, 라응찬 지주 회장과 이백순 은행장 등 신한 경영진 3인방의 운명이 갈린다.



이사회는 기업경영관리의 최고 결정기관으로 경영진의 선임과 해임, 기업의 중요한 결정 등이 이뤄진다. 특히 이날 이사회는 현 사태의 처리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이자 신한 호(號)가 나아갈 방향을 가늠하는 출발선이다. 그만큼 12명의 이사회 멤버의 부담도 크다.

이번 이사회로 주목을 받는 것은 전성빈 이사회 의장(서강대 교수)과 사외이사들이다. 이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이번 사태의 주인공인 라-신-이 등 3인을 제외한 나머지가 대부분 사외이사라 볼 수 있어 객관적인 시각에서 이번 일을 판단할 역할을 맡게 됐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이사회 멤버 12인은 모두 이사회에 참석할 전망이다. 실제로 재일교포 사외이사 4명 중 1명인 히라카와 요지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선이스트플레이스코포레이션 대표)는 개인사정으로 이사회 참석이 어렵게 되자 화상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사회 의장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회의 진행 및 안건 상정 등이 모두 이사회 의장의 권한이란 점에서다. 라 회장이 실명제법 위반 혐의 등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져 있어 이사회 의장의 역할이 더 중요해고 있다.

따라서 이날 신한 이사회 관전 법은 크게 3가지다. 먼저 사외이사들의 움직임. 신한지주가 갈등을 봉합하고 조기에 사태를 수습할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인디케이터다.


둘째는 어떤 안건이 올라오느냐다. 지주 측은 신 사장 해임을 원하고 있으나 수위를 낮춘 직무정지 카드를 들이밀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정한 안건 자체를 논의에 붙여 해임이나 직무정지 안건 자체를 올리지 않고 다음으로 미룰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사회 의장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3번째는 이사들이 의견일치를 보지 못해 표결 등으로 갔을 경우 찬성과 반대 진영의 숫자와 논리다. 재일교포 사외이사와 국내 사외이사 등으로 편이 갈릴 경우, 신한사태는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번 신한지주 사태는 신한그룹은 물론 국내 사외이사 제도에도 큰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KB금융지주에 이어, 사외이사들이 한 그룹의 운명을 가늠하는 자리에 서게 됐다는 점에서다.

국내에서 사외이사가 도입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다. 회사 경영진에 속하지 않는 외부 인사로 대주주 독주를 견제하는 장치로서 도입됐다. 회사에서 매년 일정액(일반 샐러리맨 눈으로 볼 때는 상당히 많은)의 보수를 받으며 이사회에 참여하지만 그동안 '거수기'라는 비판도 받아왔다. 경영진이 내놓은 안건에 대해 대부분 찬성만 해, 경영진을 견제한다는 당초 도입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오늘 사외이사들의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며 "오늘 결과가 선례로 남아 후대들의 평가를 받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로 국내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와 관련한 사외이사 제도를 손질하고 역할을 강화하자는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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