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야구, 최고의 우승 후보를 누르다

머니투데이 진상현 최석환 기자 2010.07.0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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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스마트 연구회 4차 회의]효율적인 업무 방식편

지난 1997년 일본 프로야구 판도에 이변이 일어났다. 약체로 예상됐던 야쿠르트 스왈로즈가 최고의 우승후보로 꼽히던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누르고 리그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시즌 개막 전 야쿠르트의 우승을 예견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야쿠르트는 전년 자이언츠에 7승19패로 절대 열세에 있었고, 공격을 이끌던 4번 타자 토마스오마리마저 은퇴한 상태였다. 반면 자이언츠는 30억 엔의 거금을 들여 세이부의 주포 기요하라 카즈히로, 긴테츠의 간표타자 이시이 히로오, 롯데의 에이스 에릭힐만 등을 영업해 강력한 전력을 구축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그해 야쿠르트는 자이언츠에 19승8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고 리그 우승의 여세를 몰아 일본시리즈까지 차지했다.



야쿠르트의 선전 배경에는 노무라 가쓰야 감독의 'ID(Import Data) 야구'가 있었다. 상대에 대한 철저한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한 맞춤형 전략으로 한정된 자원의 활용도를 극대화했던 것이다.

머니투데이와 삼성경제연구소가 출범한 워크스마트 연구회가 지난달 21일 4차 모임을 갖고 효율적인 '업무 방식'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주제 발표에 나선 이병하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일의 본질과 핵심의 관리 △업무 재설계 △타이밍과 리스크 관리 △도구, 인프라의 활용 △집중력(몰입) 매니지먼트 등을 업무 혁신을 위한 '핵심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1일 삼성생명 서초사옥 5층 삼성경제연구소 회의실에서 머니투데이-삼성경제연구소 주최 워크스마트연구회 4차 모임이 열렸다. 이병하 삼성경제연구소 상무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삼성생명 서초사옥 5층 삼성경제연구소 회의실에서 머니투데이-삼성경제연구소 주최 워크스마트연구회 4차 모임이 열렸다. 이병하 삼성경제연구소 상무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번호표가 바꾼 은행 지점 풍경= 번호표를 뽑고 여유있게 앉아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 어떤 은행 지점을 가더라도 볼 수 있는 익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20년 전만 해도 번호표가 없었다. 당시 은행 창구에서는 먼저 업무를 보려는 사람들로 인해 무질서가 판을 쳤다. 번호표라는 작은 시스템 하나가 가져온 변화는 이만큼 컸다.



이 상무는 "복잡한 문제, 어려운 과제를 '실타래 풀 듯' 풀어주는 해결책들이 있다"며 "이런 것들은 대부분 업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인구 4만5000명의 네덜란드 북부 드라호텐의 리바이플라인 사거리. 매일 수천명의 보행자, 자전거, 2만2000대의 차가 이곳을 지나다닌다. 하지만 이 사거리에는 신호등, 정지, 서행, 양보 표지판은 물론, 통행구역, 흰색선 등 길 구분까지 없다. 그럼에도 통행은 원활하다. 비결은 사거리 진입순간 통행자 스스로가 모든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사고 예방은 '통행자의 주의'라는 안전을 위한 '본질적 개념'에 충실함으로써 더 안전한 통행환경을 구축한 사례다.

이 상무는 "예를 들어 반도체는 타이밍, 금융업은 신용과 위엄, 친밀감 등이 중요한 산업"이라며 "업의 본질 잘 파악해서 조직의 핵심역량을 잘 매칭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준양 회장의 '한쪽 보고서론'=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지난해 9월 임직원에게 특별한 주문을 했다. '한쪽 페이지 보고서 작성'을 활성화하라는 지시였다. 보고서 작성에 들이는 시간도 줄이고, 담긴 내용도 보다 알아보기 쉽게 하라는 취지였다. 포스코 자체 조사 결과 직원들이 하루 업무 중 3분의1 이상의 시간을 문서 작성에 매달리고 있지만 정작 보고서를 받은 임원들은 "장황해서 핵심이 뭔지 파악하기 어렵다" "말로 해도 될 것을 문서화한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보고서 양식, 회의 형태, 커뮤니케이션 방식 등을 포함한 업무 재설계도 스마트한 일처리를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할 요소다. 업무 재설계를 위해서는 상식, 고정관념, 관행처럼 해오던 일들에 대해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해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상무는 "수송 경로가 복잡해지면서 배로 수송하는 것보다 못한데도 '비행기가 가장 빠르다'는 선입관에 사로잡혀 항공수송을 계속한 사례가 있었다"며 "업무 재조정을 위해서는 기존의 고정 관점, 관행을 깨뜨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긴급한 일 우선, 중요한 일은 뒷전= '선택과 집중'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업무를 시급성과 중요도를 기준으로 취사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런 고려가 없다면 시급한 일부터 먼저 처리하게 되고 정작 핵심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중요한 일들이 뒷전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재욱 고려대학교 교수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의 강연 영상에서 본 사례를 소개했다. 전 교수는 "자갈과 모래를 한 바구니에 담는데 모래를 먼저 담고 자갈을 담으려고 하자 자갈을 얼마 담지 못했지만 자갈을 먼저 넣고 모래를 넣자 모래가 자갈 사이에 잘 스며들어갔다"며 "자신이 중요한 일(자갈) 보다 중요하지 않고 긴급한 것(모래)에 너무 매달리는 것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마이닝(정보의 수집, 지식화), 6시그마, 트리즈 등 과학적 방법론을 활용하거나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오피스 등도 업무에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데이터 야구, 최고의 우승 후보를 누르다
◇몰입 방해요인 제거해야= 스마트한 업무를 위해서는 집중력(몰입)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몰입해서 하면 1시간 정도면 끝낼 수 있는 일을 하루종일 끄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직원들이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기업 구성원들의 몰입을 방해하는 장애물은 어떤 것이 있을까. 김현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7가지 정도로 분석한다. 우선 일의 과정에서 배우는 경험 보다 최종 결과 목표만을 중시하는 편합한 사고를 들었다. 업무의 난이도와 구성원의 역량 수준을 고려하지 않는 업무 배분, 갑작스러운 업무 변경이나 잡동사니 업무의 폭주 등도 경계 대상이라는 지적이다. 이 밖에 적절한 피드백의 부재, 시시콜콜 따지는 '시어머니 리더십', 실행력 없는 '립서비스 경영', 압박감과 배려의 불균형 등도 문제라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 몰입을 방해하는 원인을 찾고 이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기업의 변화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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