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식품공업이 대박을 거절한 이유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10.05.07 10:45
글자크기

'직원 행복'목표로 탄탄한 기업 일궈..워크스마트 새로운 관점 제시

일본 이나식품공업의 하루는 매일 아침 직원들이 회사 정원을 청소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어떤 직원은 봉걸레, 다른 직원은 제초기를 갖고서 여기저기를 분주히 누빈다. 딱히 당번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담당 장소가 결정돼 있지도 않다. 각자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곳을 청소할 뿐이다. 모든 것은 누구의 지시가 아나라 자발적으로 이뤄진다.

이나식품공업의 아침 청소는 이 회사의 성공 요인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회사 일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는 직원들의 열정과 충성심이 이나식품공업을 '특별한 회사'로 만들고 있다. 이 회사는 어떻게 직원들의 열정과 자발성을 이끌어냈을까.



이나식품공업은 우뭇가사리를 재료로 한 한천 제품을 개발·판매하는 사업을 한다. 여름철 재래시장에 가면 행상들이 콩가루 얼음물에 묵처럼 생긴 우무를 넣어 시원한 콩국을 파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우무를 다시 가공한 것이 한천이다. 주로 양갱이나 젤리 등 식품첨가제와 웰빙식품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 회사의 경영 목표는 "직원들의 행복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다. 기업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기업의 영속'에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원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대기업이 되는 것도, 고성장도, 주식공개도 포기한다는 게 이 회사 츠카코시 히로시 회장의 확고한 경영철학이다. 많은 기업들이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매출, 이익 목표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츠카코시 회장은 "매뉴얼이나 목표수치가 있는 회사는 세상에 얼마든지 있다"며 "목전의 숫자적인 효율을 최우선해 중요한 일을 잊어 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회사는 '급성장'을 경계한다. 지난 2005년 '한천 다이어트' 바람이 일본 열도를 휩쓸었을 때다. 일본 전역에서 쇄도하던 주문을 이 회사는 정중히 거절했다. 거액의 선불금을 내미는 유명 백화점과 할인매장의 제안에도 고개를 저었다. 매출, 이익 등 숫자에 경영 목표를 두는 회사였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츠카코시 회장은 "무리한 성장의 결말로 사원이나 구입처, 납입처 직원이 길거리를 헤매고 공장폐쇄 등에 의해 지역에 폐를 끼치고 있는 회사가 줄지어 있다"며 "영속적 확대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급성장은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해가 지난 뒤 한천 다이어트 바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졌고, 과감한 설비투자와 인력채용을 했던 다른 한천 회사들은 경영난에 빠졌다.


연공서열과 종신고용도 이나식품공업이 수십년간 굳게 지켜온 원칙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라는 일부 지적에는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츠카코시 회장은 "사람은 연령과 함께 체험을 쌓아 가고, 판단력이나 지혜를 발휘할 수 있는가 여부는 경험에 좌우되는 것의 쪽이 많다"고 이유를 설명한다. 그러면서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생활비도 세월이 갈수록 늘어난다"며 "연령과 함께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서열형이 장기적인 시각에서 국가를 건전하게 지탱한다"고 덧붙인다.

이나식품공업이 한천이라는 평범한 식품 하나로 이룬 실적은 경이적이다. 지난 1958년 창립해 지난 2007년 기준으로 연매출 166억2200만엔, 사원수 400명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연평균 10%대의 경상이익률을 유지해오고 있고 매년 매출과 이익이 증가하는 대기록도 갖고 있다. 이나식품공업 특유의 경영철학이 견인차가 됐음은 물론이다.

워크스마트 하면 경쟁, 능률, 성과주의 등을 먼저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나식품공업처럼 이런 가치를 내세우지 않고도 성공을 거둔 기업들도 있다. 이들 사례들은 워크스마트에 대한 연구가 보다 다양하고 본질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장상수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워크스마트를 실현하는데는 계량화하기 힘든 가치들을 어떻게 끌어내느냐도 중요하다"며 "이나식품공업의 사례는 그런 관점에서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