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판매보수 규제와 풍선효과

머니투데이 김경록 미래에셋캐피탈 대표이사 2010.06.22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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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스]판매보수 규제와 풍선효과


올해 5월부터 당국은 펀드 판매보수 규제에 들어갔다.

2009년에 시행령 개정으로 신규 펀드에 적용하던 것을 이번에는 업계 자율 결의로 기존 펀드까지 확대 실시했다. 펀드투자자들은 투자손실로 고통받는데 판매사들은 보수를 높게 받고 있다는 공감대가 일조를 했다. 하지만 판매보수에 관해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개선 논의가 있어온 것이 사실이다.

미국은 1990년 이후 주식형펀드에서 펀드보수와 비용을 합한 것이 1.98%던 것이 2009년에는 0.99%로 떨어졌다. 이렇게 떨어지게 된 결정적인 요인은 아이러니하게도 퇴직연금 확산이다.



퇴직연금에서 가입하는 펀드들은 노로드(수수료가 없는 펀드) 펀드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펀드시장에서 퇴직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나라 펀드시장의 약 85배가 된다.

또다른 이유는 펀드슈퍼마켓 등 다양한 할인채널의 등장이다. 이러한 예는 펀드 판매보수에 관해 현상적인 숫자의 비교보다 시장구조 측면에서 접근해야 함을 시사한다.



판매채널 다양화 등과 같은 펀드시장 구조가 변하면 판매보수도 변한다. 마찬가지로 판매보수를 규제하면 시장구조가 변한다. 특정 업종에 가격제한을 하면 제품의 질이 떨어지든지 함량이 줄어들든지, 혹은 다른 경쟁산업이 커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번 판매보수 규제로 어떤 일이 발생할까.

첫째, 자문랩이 증가할 수 있다. 이는 주식을 직접 관리해주는 유형으로 자문사가 주로 운용한다. 3%에 달하는 랩 보수뿐 아니라 위탁수수료부문까지 더해진다. 자문랩은 편입비율을 적극적으로 조절하기 때문에 회전율이 높다. 자문랩은 3월말 5000억원에서 5월말 현재 1조3000억원으로 불과 두달새 2.6배 증가했다. 이러한 시장도 필요하지만 어떤 속도로 어디까지 확대될지 미지수다.

둘째, 펀드랩이 증가하고 다양해질 수 있다. 수수료가 없는 펀드 몇 가지를 랩으로 싸면서 자산관리 자문에 대한 보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철저한 자산관리에 기반한 진정한 펀드랩은 바람직하지만 보수를 더 받기 위한 펀드랩은 지양해야 한다.


셋째, 펀드 회전율 상승이 예상된다. 펀드가 장기 투자되면서 수수료가 낮아지면 해약해서 재가입을 유도할 유인이 생긴다. 또한 선취 수수료 펀드는 회전율을 높이면 실질적인 보수가 늘어난다.

마지막으로 보수의 다양성이 없어지고 상한선에 집중될 것이다. 보수는 다양해져야 한다. 낮은 것부터 높은 것까지, 그리고 금액에 따라 할인도 해주어야 한다. 미국은 통상 누적 투자액을 포함해 5만달러 미만의 선취 판매 수수료는 5.75%지만 100만달러 이상은 없다. 다양성의 여지가 없어지면 혁신이 사라지고 시장은 경직된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한편으로 자산관리 보수는 높아지고 다른 한편으로 단순 펀드판매 수수료는 낮아지는 등 시장의 구조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여러 시장 반응이 나타날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일에서 다음을 바라고 싶다. 규제에 따른 여러 변화가 나타날 때 너무 미시적으로 대응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쏠림을 방지하는 큰 틀의 규제 정도가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자문랩이 증가한다고 자문랩의 회전율을 규제하면 돈은 직접 자문사로 도망간다. 그냥 증가 속도를 조절하는 정도만 해도 된다.

규제는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항상 고민스러운 것은 규제의 순효과가 극대화되는, 즉 혁신은 가져오되 시스템의 위험을 줄이는 최적의 규제가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두 가지 원칙 정도가 필요할 것같다. 첫째, 시장구조에 근거한 규제여야 한다. 둘째, 미시적인 규제보다 큰 틀의 규제를 함으로써 시장에서 혁신의 동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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