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EU의 위기, 아시아의 기회?

머니투데이 신인석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2010.06.0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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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스]EU의 위기, 아시아의 기회?


서브프라임 위기로 월스트리트가 흔들린 데 이어 재정위기로 EU의 신인도가 추락하고 있다. 더불어 아시아가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등장하리라는 예상이 확산되고 있다. 선발주자의 추락은 후발자의 위상 상승을 의미한다는 차원에서는 당연한 추론이다. 그러나 경쟁자의 몰락으로 신인도가 상승하는 정도의 반사효과를 넘어서 아시아가 진정 `세계경제의 중심돴으로 부상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과제가 아니다.

세계 실물경제에서 차지하는 아시아의 비중이 EU, 북미, 중남미 등 여타 지역경제를 넘어서 최대 수준이 되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전체 아시아 대륙을 한 단위로 한다면 이미 아시아는 당연히 세계 최대 경제단위이기도 하다. 인도, 중동 등을 제외하고 아세안과 한국, 중국, 일본 등 이른바 '아세안+3'를 단위로 한다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이처럼 아시아의 경제규모가 증가하면서 아시아 역내 실물경제 통합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아시아국가의 전체 무역거래액 중 역내거래액의 비중은 지난 20년간 1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문제는 아시아의 금융통합은 크게 지체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 금융위기 직전 아시아국가의 투자자가 해외 유가증권에 100원을 투자한다고 하면 9원만이 아시아 다른 국가의 유가증권에 투자되었다. 나머지 91원은 미국, EU 등 선진국으로 향했다. 반면 EU국가 투자자의 경우 100원을 해외에 투자하면 60원이 EU 역내 국가에 투자되었다. 요컨대 세계경제 성장의 견인차인 아시아는 성장으로 축적한 자금을 역내에서 순환하기보다 EU, 미국 등 선진국으로 내보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아시아의 금융통합이 미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시아경제의 성장전망이 밝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등으로 투자가 금전적으로 유리해서일 수는 없다. 투자자들은 대체로 자신의 거주지역과 가까운 대상에 대한 정보력이 우수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시아 투자자들의 EU 등에 대한 정보력이 우수하기 때문으로 보기도 어렵다. 결국 역내 금융시장을 창출하려는 역내 국가 공통의 정책적 노력이 부재했다는 데서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투자자가 태국, 말레이시아 등 역내 채권에 투자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들 채권시장의 환경에 대한 지식이 당장 문제가 된다. 이에 더해 역내 국가들은 각각 나름의 외국인투자자정책, 자본통제, 외환정책, 조세정책 등을 유지하고 있다. 한 마디로 시장환경이 다양한데다 유동적이어서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아시아 각국의 공조에 의해 아시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역내 자본시장을 창출하겠다는 이니셔티브가 요구된다, 규제환경 개선, 장기 정책방향에 대한 불확실성 제거, 인프라 구축 등의 정책 추진에 있어 개별 국가를 넘어서 역내 전체를 대상으로 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시아의 금융통합 지체는 세계경제의 안정에도 불리하다. 아시아에서 역내순환되지 않은 자금은 2000년대 대거 미국으로 유입되어 미국 부동산시장의 버블을 창출하는데 한몫을 담당했다. 그리스, 스페인 등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가 최근 유럽 금융시스템을 강타한 이유는, 유럽 주요 금융기관의 투자자산이 지나치게 EU 역내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금융통합이 진전되어 아시아 자금의 상당부분이 건전하게 자체 순환되고, 유럽과 미국의 투자자금에 대해서도 대체투자수단으로 제공된다면 세계경제의 금융안정성은 한층 제고될 것이다. 아시아경제의 금융협력, 금융시장 통합이 국제정책공조의 화두가 되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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