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서진(西進)을 거듭하던 경제패권이 21세기 들어 다시 원점으로 회귀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200여년 만에 중국이 재부상하는 것이다. 소로스와 함께 퀀텀펀드를 창립한 짐 로저스가 두 딸에게 중국어를 배울 기회를 주기 위해 싱가포르로 거주지를 이전했다는 일화는 이런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 중국이 이제 공급자 역할을 넘어 세계경제에 없어서는 안될 수요자로 등장했다. 익히 알려진 대로 2009년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판매국으로 부상했으며 각종 원자재에서 값비싼 명품에 이르기까지 왕성한 소비활동을 전개함으로써 21세기 자본주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아직 절대적 규모에서는 미국에 미치지 못하지만 성장의 기여도에 있어서는 다른 어느 국가도 견줄 수 없을 만큼 이미 압도적 지위를 점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 경제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빠른 시간 내에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부양책에 힘입은 바 크지만 한편으로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이머징경제의 내수 수요가 크게 기여한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에 성장의 또다른 축이 형성됨으로써 경기변동에 있어 새로운 담보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상하이종합지수는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기의 화복 가능성을 가장 강력하게 시사한 바 있다(2009년 초의 조정기에 전세계 지수 중 유일하게 120일선을 지켜냈다). 최근 중국에서는 물가 상승과 부동산 과열 조짐으로 긴축기조가 강화되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그리스 사태 외에 중국의 정책기조 변화를 주가조정의 중요 요인으로 꼽기도 한다. 그러나 이에 앞서 이미 중국의 경기선행지수가 지난해 10월 정점 이후 둔화되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상하이종합지수는 그보다 2개월 앞선 8월에 이미 고점을 형성했으며 한국의 KOSPI도 9월 이후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회복시기에 그랬듯이 조정국면에서도 상하이종합지수는 가장 선행하는 지표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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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앞날을 예측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상하이종합지수의 향방에 주목해 보자. 뉴밀레니엄 시대에 본격화는 차이나 스토리에 근거해볼 때 동 지표의 예측력이 전혀 허황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