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소비 중심의 경제, 그 실현방법은

머니투데이 오석태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2010.06.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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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스]소비 중심의 경제, 그 실현방법은


2002년 여름 전국이 월드컵 열기로 가득하던 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경제의 중심이 수출에서 내수 소비로 바뀌고 있다는 진단이 지배적이었다. 신용카드 사용 활성화가 가져온 소비 증가가 미국의 IT 거품 붕괴가 가져온 전세계 불황의 충격으로부터 한국경제의 성장세를 지켜낸 일등공신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곧 시작된 카드대란은 한국이 소비 중심 경제로 변화됐다는 주장이 거짓이었음을 드러냈다. 극도로 침체된 소비가 성장세를 되찾는 데는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제는 많은 전문가가 한국 경제의 주된 성장동력은 역시 수출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최근 남유럽발 시장 불안처럼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세계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이 증대될 때마다 한국경제를 소비 중심의 구조로 바꾸거나 적어도 수출과 내수 소비 사이의 균형을 잡아야 할 필요성은 계속 대두하고 있다. 일단 소비를 늘리는 가장 쉬운 방법인 소비자금융 확대를 통한 가계저축률 하락은 이미 한국에서는 완벽하게 실현됐다. 한국의 가계저축률이 미국보다 낮다는 사실은 필자가 이미 밝힌 바 있으며, 가계부채의 과다 역시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그러면 한국경제에 더이상 소비를 구조적으로 늘릴 방법은 없는 것인가?

지난해 한국의 가계저축률이 3.2%로 미국의 4.2%보다 낮지만 전체 GDP 중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54%인 반면 미국은 71%나 됐다. 결국 전체 파이(GDP) 중 가계가 가져가는 부분(가계 가처분소득)의 비중이 양국 간에 큰 차이가 날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지난해 양국의 통계를 보니 GDP 중 가계 가처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한국은 56%, 미국은 74%로 실제로 큰 차이가 났다. GDP 중 기업소득(기업의 유보이익)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한국이 10%, 미국이 3%로 많은 차이를 보였으며, 정부소득(정부 세입에서 사회보장 지출을 뺀 금액)은 한국이 20%, 미국이 8%였다. 미국과 비교해볼 때 개인(가계)이 가난하고 기업과 정부가 부자인 한국경제에서 개인의 지출인 소비가 부진한 것은 당연한 듯하다.



GDP 대비 미국의 기업소득이 한국보다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소득 통계를 보면 법인세나 배당금 같은 소득분배장치 때문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미국기업의 영업이익률이 한국보다 낮기 때문이다. 그 이유로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 미국기업의 비용, 특히 노동비가 한국보다 높은 것으로 보인다. 노조 조직률도 낮은 미국의 높은 노동비용은 CEO 등 임원들의 고임금이 원인이라고 본다. 둘째, 세계 최대 규모며 개방도도 높아서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완전경쟁 시장돴에 가까운 미국의 기업이 독과점 시장이 많은 한국의 기업보다 이익률이 낮은 것이 당연할 수 있다. 한국에서 기업소득을 가계소득으로 이전하는 최선의 방법은 독과점 규제 및 시장 개방, FTA 등을 통해 기업간 경쟁을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GDP 대비 정부 소득 역시 미국이 한국보다 낮다. 양국 모두 최근 적극적인 감세정책을 시행했음을 감안할 때 양국의 정부 소득 차이는 결국 사회보장지출의 차이를 나타낸다. GDP 대비 사회보장지출 비중은 한국이 4%에 지나지 않는 반면 미국은 15%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연금의 노령연금 지급이 최근에 시작되어 미국과 수평 비교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사회보장지출이 상대적으로 복지가 미흡하다고 알려진 미국 정도만 되더라도 가계소득을 꽤 많이 늘릴 수 있을 것이다. 결국은 정부투자 지출규모를 점차 줄여나가고 그 재원으로 사회보장지출을 늘리는 것이 소비 중심 경제를 실현하는 핵심 방법 중 하나가 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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