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하면서 지방 건설경기 살리자?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10.06.1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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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잇단 발언에 업계 혼선… 국토부 "견실한 지방건설사 흑자부도 막아야"

"무분별한 투자로 미분양 사태를 양산한 무책임한 건설업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엄정한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4월 23일 제56차 비상경제대책회의)

"지방에 가면 건설경기 부진해서 그게 바닥경제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정부 당국이 지방 건설경기 부진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6월 11일 제62차 비상경제대책회의)



최근 잇따른 이명박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발언으로 건설업계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4월 23일 발언은 지방 미분양을 늘리는 원인을 제공했던 건설사들에 대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시행하란 의미지만, 6월 11일 발언은 지방 건설사들이 어려우니 도와줘야 하지 않겠냐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부도난 중견건설사들은 신창건설, 현진, 성원건설, 남양건설, 대우자동차판매, 금광기업, 풍성주택, 진성토건 등 대부분 지방 건설사들이다. 언론 지상에 드러나지 않는 부도 중소건설사들의 대부분도 지방 업체들이다.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 진행 중인 금호건설과 남양건설, 금광기업은 호남을 대표하는 건설 맹주들이다. 대우자동차판매 건설부문과 진성토건은 인천을 대표하는 지역건설사들이다.

이 대통령의 4월 23일 발언이 구조조정을 강화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면서 금융 당국은 건설사 신용위험평가에 고삐를 죄고 있다. 국토부도 등록기준에 미달하는 건설사에 대한 전수조사를 거쳐 내달 말까지 퇴출건설사 명단을 확정할 계획이다.


특히 국토부는 종전까지 퇴출 건설사를 지방의 중소 페이퍼컴퍼니 위주로 한정하던 것과 달리 1등급 건설사도 등록기준에 미달하면 영원히 시장에서 퇴출시킨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건설업계 내부에서도 이번이야 말로 '건설산업 구조조정 호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처럼 강력한 구조조정이 예고된 상황에서 6월 11일 이 대통령의 지방 건설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발언은 '구조조정 대상이 돼야 할 지방 건설사를 도와줘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여기에 국토부 고위간부들이 잇따라 부동산전문가와 건설업계 대표를 만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등의 실효적 거래 활성화 방안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추가적인 대책이 나오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LTV·DTI 규제 완화의 경우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동의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주택보증의 환매조건부 매입, 미분양에 투자하는 리츠·펀드 등을 활용해 지방 미분양아파트 4만가구를 줄이는 '4.23 미분양 해소방안'도 이제 본격화되는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대책이 나온다면 기존 대책이 부실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실제 주택보증은 최근 1차로 5000억원 규모의 환매조건부 미분양아파트 매입에 나섰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미분양아파트 리츠와 펀드 금융주간사로 4개 컨소시엄을 선정한 뒤 상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한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구조조정과 신성장동력 확보를 핵심으로 하는 건설산업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 방안이 논의되고 있고 지방 미분양 4만가구를 줄이는 4.23대책을 발표한 마당에서 새로운 경기 부양책이 나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건설사 구조조정을 강화해 페이퍼컴퍼니와 한계기업을 솎아내는 것이 견실한 지방건설사들이 안정적으로 공공공사를 수주하고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토부는 다만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공감하지만 명확하지 않은 신용위험평가 기준으로 견실한 지방 건설사들이 흑자부도를 맞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다른 국토부 관계자는 "지방 건설경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공공공사를 현재로서는 늘리기 어렵다"며 "견실한 지방 건설사들의 흑자부도를 막을 수 있도록 채권은행 중심의 신용위험평가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길 바라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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