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건설사 리스트에 굳게 입다문 은행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10.06.0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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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풍향계]사채업자 리스트에 무관심, "리스트에 알맹이 없어"

건설사들에 대한 채권은행들의 신용평가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지면서 명동 사채업자들은 퇴출 업체 명단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채권은행들은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 담당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려 정보 파악이 수월치 않다는 전언이다.

◇퇴출 리스트 파악 주력=지난 4일 중견건설사인 성지건설이 1차 부도를 내자, 명동 사채업자들은 부실 건설사 리스트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명동 사채시장에선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삼성물산 등 3개사를 제외하곤 어음 거래가 중단된 상황이라, 추가 부도가 나더라도 당장 영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상당수 업자들이 휴·폐업을 고려할 수밖에 없어, 옥석 가리기가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여의도 증권가와 명동 사채시장에선 성지건설을 포함해 9개의 건설사가 포함된 퇴출 건설사 리스트가 돌고 있지만, 이전부터 시장에서 이름이 오르내리던 곳이 대부분이라 업자들의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명동 관계자는 "이는 기업신용평가사에서 나오는 리포트와 각 회사의 재무상황, 분양율, 입주율 등을 근거로 만들어진 리스트라 전혀 새로울 게 없다"면서 "시공능력 10위권 내 회사도 불안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여서 의외의 회사가 워크아웃이나 퇴출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신용평가 결과에 대한 불안감으로 명동 업자들이 자금을 풀지 않으면서 건설사 하청업체들이 애꿎은 피해를 입고 있다. 현재 명동 시장에서 건설사 어음에 대한 할인율은 월 2.5%를 웃도는 수준. 연리로 환산하면 30%에 이르는데다, 별도의 선이자를 받는 경우도 많아 하청업체들이 감내할 금리 수준을 이미 넘어선 상황이다.

한 하청업체 관계자는 "할인율 부담이 큰데다 건설사들이 납품을 완료한 달의 다음달 말일에나 어음을 건내고 있어 긴급한 유동성을 해소하는데 제약이 많다"면서 "게다가 건설사들이 어음만기를 최장 210일까지 늘리고 있어 사채업자들에게 할인을 받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가장납입 의심되는 코스닥 업체=지난주 코스닥 시장에선 일부 업체들의 주식이 단기간에 대량 매도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해당 종목은 섬유업체 A사와 IT전자부품 제조업체 B사, 모바일 솔루션업체 C사로, 시장에선 이들 업체가 '가장납입'을 위해 명동에서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가 업자들이 반대매매에 나선 여파가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이 때문에 명동 업자들 사이에서도 확인 전화가 오가기도 했다.


명동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경기 악화에 불안한 증시, 기업 신용평가로 돈굴릴 곳이 마땅치 않다"면서 "명동 업자들이 현 상황을 타개하게 위해 적당한 투자처를 찾고 있는 터라, 이번 대량매도 건에도 다소 민감하게 반응한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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