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많이 지은 건설사, 퇴출 주의!!"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박재범 기자, 이군호 기자 2010.05.31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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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 공포 현실화..100위권 신용위험평가 이달 마무리

중견 건설업체들이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다. 분위기는 싸늘하다. 특히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구조조정 의지가 워낙 강해 건설사가 느끼는 '공포'는 어느 때보다 더하다는 평이다.

30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은행들은 시공능력 100위권 이내 중견 건설사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이달 말까지 마무리짓기로 했다. 나머지 업체에 대한 신용평가는 다음달 말까지 이뤄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건설업체 수가 워낙 많다보니 단계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철저하게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채권은행들은 재무항목 평가 60점, 비재무항목 평가 40점 등 총 100점을 기준으로 점수를 산정한다. 종합점수가 △80점 이상이면 A등급 △70점 이상~80점 미만 B등급 △60점 이상~70점 미만 C등급 △60점 미만 D 등급 등으로 분류된다.



평가 결과를 토대로 A등급(정상), B등급(일시적 유동성 부족), C등급(워크아웃·채권단공동관리), D등급(법정관리)으로 분류, 자금 지원이나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여기까지는 지난해 이뤄진 1, 2차 구조조정 흐름과 비슷하다. 부실기업은 퇴출시키고 일시적으로 어려운 기업은 살리는 구조조정 원칙론처럼 해석된다.

하지만 속을 보면 다르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입장이 지난해와 확연히 차이난다. 우선 평가 점수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말이 나온다.


채권단 관계자는 "평가 결과 합격점을 받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앞으로 6개월, 1년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라며 "60점이라는 점수만 보고 판단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설 경기 침체"란 말을 되풀이해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엄중하게 평가를 진행할 것"이라며 "새로운 사업 성공 가능성이 없는데 목숨만 유지하며 고통스럽게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건설 경기가 회복될 조짐이 있다면 부실기업도 안고 가겠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이들이 '살생부'에 이름을 올릴 것이란 얘기기도 하다.

실제 퇴출 대상으로 거론되는 업체의 대부분은 지방에 아파트를 대거로 지은 중견 건설사들이다. 아파트를 짓기 위해 땅을 사들인 건설사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예전 같으면 자산으로 평가됐을 땅이 올해는 애물단지로 취급되는 탓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된다면 아파트 지을 땅도 별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토목 비중이 높은 일부 건설사를 제외하곤 희망을 품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지난해와 달리 채권단의 의지가 강한 것도 중견 건설사에겐 좋지 않은 소식이다. 과거엔 금융당국의 요구에도 불구, 대손충당금 등에 부담을 느낀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꺼리는 모습이 적잖았던 게 사실. 하지만 최근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강력한 구조조정을 촉구한 이후 시중은행들의 행동이 더 강력해졌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평가다.

채권단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대부분의 은행들이 몸을 사렸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며 "일부 은행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 원칙을 세운 만큼 다른 은행들도 보조를 맞추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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