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아빠 '눈물', 예비 부부 "신혼여행 어쩌나"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2010.05.26 22:03
글자크기

(종합)환율 급등..수입업체 결제일 연장

환율 상승기운이 멈추지 않자 고환율 공포에 대한 불안감도 연일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26일 전날보다 3.3원 오른 1253.3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환율 고공행진이 계속되자 '앞으로 더 오를 수도 있다'는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자녀를 해외에 유학 보낸 이른바 '기러기 아빠'와 같은 개인들은 물론 환율과 생사를 함께 하는 수출입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러기 아빠 눈물도 '부익부 빈익빈'=특히 요즘 같은 시기가 기러기 아빠들에겐 최악의 시즌이다. 다만 기러기 아빠들 사이에서도 여유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느끼는 고환율에 대한 체감 온도 차이는 상당하다.

미국 텍사스에 아들을 유학 보낸 오 모씨(서울·59세) 는 "요즘처럼 환율이 오를 때가 제일 불안한 시기"라며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도 환율 관련 기사를 체크하며 환율이 내리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에겐 지난 1월 환율이 1140원대까지 떨어졌을 때 여유 돈으로 생활비를 한꺼번에 보내놓은 것이 큰 위안이 되고 있다. 그는 "환율이 떨어질 때 여유자금을 어느 정도 보내놨고 지금은 학기 중이기 때문에 급한 돈을 제외하고는 송금할 일이 많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기러기 아빠들이 이와 같은 상황에 놓인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 대학교 3학년 딸을 미국에 어학연수 보낸 강 모씨(서울·57세)는 당장 다음 달 생활비를 언제 보내줘야 할지를 두고 벌써 며칠 째 고민에 빠졌다. 지금 하고 있는 의류업도 신통치 않은 판에 환율까지 오르니 그야말로 "속이 터질 지경"이라는 것.

강 씨는 "여유가 좀 있으면 생활비 정도는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환율이 이렇게 계속 오르면 연수를 그만두고 한국으로 들어오라고 해야지 별 수가 있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미국의 명문대학에 입학해 오는 8월까지 등록금을 보내줘야 하는 김 모씨는 환율이 110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을 때 환전하자는 부인의 말을 듣지 않고 1050원까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자고 했다가 요즘 부인의 불평을 사고 있다. "부인의 불평은 들어도 싸지만 급등한 환율로 무거워진 부담에 할 말이 없다"고 토로했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들도 고환율로 때 아닌 걱정부터 앞서고 있다. 다음달 12일 결혼을 앞둔 홍 모씨(서울·28세)는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떠날 계획이었으나 요즘 환율 오름세를 보고 마음이 답답해졌다.

홍 씨는 "여행사에서 계약할 당시 예상환율을 넘을 경우 추가비용을 내야한다"며 "또 여행지에 가서 쓸 경비 등을 생각하면 100만 원 정도 비용이 추가로 더 들 것 같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수출업체는 '환전'하고 수입업체는 결제일 '연장'=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수출·입 업체들도 대응책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환율 상승을 예상하는 수출업체들은 보유하고 있던 달러를 환전하기 시작했고 결제일이 도래한 수입업체들은 결제일 연장을 신청하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기업금융 지점 직원은 "환율이 고점을 찍었다고 보고 달러를 환전해 가는 업체들이 제법 있었다"며 "네고(수출환어음매입)를 늦추거나 하는 경우는 특별히 없었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무역센터 지점 박기영 차장은 "네고를 한 입금액이 외화통장에 들어오기 때문에 특별히 네고를 늦추는 경우는 없었다"며 "다만 외화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시기를 판단해 언제 환전을 할지를 고민하는 업체들의 문의는 많았다"고 말했다.

수입업체들도 환율 상승에 따라 결제일을 연장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경남지역 한 시중은행 기업금융지점은 어제부터 다음 달 초 결제일을 앞둔 수입업체들의 결제일 연장 문의가 이어졌다.

업체들이 결제일을 연장할 경우 연장 수수료는 물론 상환은행에 상당한 금액의 거래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환율 추가 상승에 따른 공포심으로 결제일 연장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지점 환전 담당 직원은 "환율 추가 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결제일 연장에 대한 문의를 해 오는 업체들이 많지만 상환은행 입장에서는 그만큼 위험부담을 안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거절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