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을 따르는 것 만큼 좋은 것이 없다. 네브라스카 가구점은 세계에서 제일 큰 가구점이지만 단돈 500달러 밑천으로 시작했다"
1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 퀘스트센터에서 열린 연례 주총에서 워런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젊은이에게 던진 훈수다.
↑1일(현지시간) 주총 시작전 계열사 전시실에 내려와 주주 및 관계자와 담소하는 워런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골드만 삭스 스캔들 등 미국을 달구는 현안에 대해서는 미리 준비한 듯 당당하게 지지의사를 밝혔다. 골드만 도움을 받아 자금을 조달한 사례를 밝히는 등 오랜 거래관계를 숨기지 않고 떳떳이 공개, 위기를 조장한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리고 있는 월가 은행을 적극 변호했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와의 내부자거래 의혹을 질의한 부분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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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살과 비유는 버핏 화법에서 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날 오스트리아에서 온 주주가 "어떻게 하면 버핏을 교체할 수 있느냐"고 농을 건네자 버핏은 "아마 나를 총으로 저격하면 될 것"이라고 맞받아 쳤다. 또 버크셔해서웨이에 있을 수 있는 가장 큰 최악의 경제시나리오는 뭔가"라는 질문에 "핵전쟁이나 생물학적 공격"이라고 익살을 떨었다. 지구에 종말이 오지 않는 한 버크셔 해서웨이는 건재할 것이란 자신감이다.
파생상품 규제를 강화하려는 정치권 시도에 대해 버핏은 "가구없이 팔던 집을 가구를 넣어 팔아라고 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에서 제외되도록 해달라고 정치권에 로비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날 주총에서는 높아진 버크셔해서웨이 위상을 의식, 사회에 온정적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그러나 그에 대해 버핏은 버크셔해서웨이가 자선사업단체가 아니라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자본주의가 창조적 파괴로 보다 적은 사람이 많은 일을 하도록 하는 만큼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면서도 "버크셔는 사회안전망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희망을 주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고용을 왜 안늘리느냐는 질문에 "그러한 차원의 고용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일축하고 "4달전부터 필요에 의해 고용을 늘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버핏은 "지난해 버크셔 해서웨이에서도 6500여명이 떠났다"고 밝힌바 있다.
버핏의 골드만삭스 지지 발언 반응은 '신중'
주총 시작전 버핏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행사장 1층 전시실에 마련된 자회사 홍보부스를 방문, 아이스크림과 콜라를 즐기며 주주와 교감의 시간을 가졌다. 식전 축하공연에서는 깜짝출연,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주총장 밖에는 지난 2월 인수를 완료한 미국 2위의 대형 철도회사 벌링턴 노던 싼타페(BNSF) 실물 기차를 전시해 위용을 과시했다.
↑1일(현지시간) 버크셔 해서웨이 정기주총이 열린 오마하 퀘스트센터 옆에 도열한 벌링턴 노던 산타페 기차. 이회사는 올 2월 인수를 완료한 미국 2위 철도회사다.
이날 "골드만 삭스에 대해 버핏이 밝힌 견해에 동의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사실상 버핏 추종자라고 할만한 주주이지만 월가에 대한 대중적 반감에 반하는 얘기가 나온 탓에 말조심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식구를 모두 데리고 왔다는 주주는 "버핏이 전적으로 골드만삭스를 지지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이미 소송사건이 진행중인 만큼 진실이 가려지는 것이 우선이고 그 후에나 보다 분명한 입장을 내보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마하에 거주한다는 한 남성 투자자는 "버핏이 현명한 분이므로 사건의 전개에 잘 대처할 것으로 믿는다"며 신뢰를 표시했다.
↑1일(현지시간)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에서 주주들이 휴식시간을 이용해 1층 전시실에 마련된 자회사 클레이튼 주택 모델하우스를 방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