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김중수 신임총재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 자리에서, 이 총재는 이임사를 통해서다.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한 얘기지만 이를 오버랩 시키면 그동안 출구전략 시기를 놓고 마찰을 빚어온 정부와 중앙은행 수장 사이에 간접적인 대화를 나눈 것으로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이 대통령은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중수 신임총재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한국은행 독립성도 중요하고, 대한민국 경제 전체를 보고 일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고성장을 최우선 정책목표로 추구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물가안정을 위해 조기 금리인상을 주장해온 이성태 총재와 대립각을 세워 왔다. 이 대통령의 눈에 물가안정이란 한은의 존재이유에 충실한 이성태 총재의 독립성 주장은 상당히 경직된 것으로 비쳐졌을 법하다.
"대한민국 경제전체를 보고 일해 달라"는 주문은 결국 경제성장에 방점을 찍어달라는 당부의 말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어 "출구전략도 각국이 공조해야 한다"며 "전반적인 금융개혁 일정에 있어서도 G20(주요 20개국) 의장국으로서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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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또 "한은 총재가 이제 글로벌한 위상이니까 이제야말로 중앙은행 총재도 글로벌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한은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인식의 변화, 역할의 변화, 과거와는 확연한 변화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신임 총재는 "G20 의장국 중앙은행으로서 그 자격에 걸 맞는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성태 총재는 이날 오후 한은 후배직원들을 향한 이임사에서 "중앙은행의 위상, 특히 정부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서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옛 성현의 말이 생각난다"고 했다.
'군자는 화이부동하고 소인은 동이불화한다(君子 和而不同, 小人 同而不和)'는 논어 구절을 줄인 말이다.
군자는 잘 어우러지면서도 획일화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름을 서로 인정하면서 평화롭게 공존한다는 면에서 정부와 한국은행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을 잘 표현한 말이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정부와 중앙은행은 국가경제 발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로 긴밀히 협력하면서도 각자에게 주어진 고유 역할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존중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기말기에 출구전략 시기를 놓고 정부와 불편한 관계였던 이 총재로서는 금리결정 때마다 화이부동이란 말을 스스로 곱씹었을 듯하다.
이 총재는 이날 이임식을 끝으로 42년 2개월간의 한은 생활을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