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조, 비맞으며 거리로 나선 까닭은?

머니투데이 김보형 기자 2010.03.0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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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퇴직금 담보제공· 전직원 쌍용차 구매, 회사부터 살아야…금호타이어 노조에 따금한 충고

↑1일 서울역 대합실 앞에서 박영태 쌍용차 법정관리인(뒺줄 왼쪽)과 김규한 노조위원장(오른쪽)이 시민들에게 쌍용차 홍보물을 나눠주고 있다. ↑1일 서울역 대합실 앞에서 박영태 쌍용차 법정관리인(뒺줄 왼쪽)과 김규한 노조위원장(오른쪽)이 시민들에게 쌍용차 홍보물을 나눠주고 있다.


"작년 77일간 이어진 불법파업을 후회하는 조합원들이 많아요. 채권단에 동의서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노조도 함께 사는 길을 고민해보면 답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 2번 출입구. 쌀쌀한 날씨 탓에 내리던 비가 진눈깨비로 변할 만큼 궂은 날이지만 박영태 법정관리인과 김규한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100여 명의 임직원들은 시민들에게 "안녕하십니까,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며 연신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시민들도 쌍용차 (5,650원 ▼10 -0.18%)가 다시 '지프차'의 명가로 부활하기를 바란다는 덕담을 하며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박원범 씨(52)는 "쌍용차 노사대표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니 예전과는 달라진 것 같다"며 "하루빨리 일어서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노조 "퇴직금 담보로 내놓고 직원들부터 쌍용차 구매해"
지난주 이명박 대통령에게 쌍용차 회생을 위한 자금지원을 호소하는 자필편지를 쓰기도 한 김 위원장은 "1000억원의 신규 담보대출만 된다면 조합원들은 1300억원 안팎인 직원 퇴직금을 담보로 내놓을 계획"이라며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떤 희생도 감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김 위원장 등 쌍용차 노조 집행부 3명은 최근 체어맨과, 렉스턴 등의 신차를 할부로 구매했다. 직원들부터 쌍용차 구매에 나서야 고객들도 쌍용차를 믿고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또 팀장급 이상의 간부직원들도 조만간 쌍용차 일괄 구매에 나설 계획이다.

문제형 수석부위원장은 "새 차를 받으러 출하장에 갔더니 현장 조합원들이 노조간부가 회사에서 주는 차를 마다하고 자기 돈으로 차를 사는 것을 놀라하더라"면서 "4700여 명의 전임 직원 가운데 절반만 쌍용차를 사도 회사가 살아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채권단이 자금지원의 조건으로 내건 노조동의서 (워크아웃 기간 중 쟁의행위 금지)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노조에도 따끔한 충고를 보냈다.


쌍용차 노조 핵심관계자는 "작년에 불법파업을 주도했던 조합원들 대다수가 자신들의 행동을 후회하고 있다"며 "금호타이어 노조가 우리처럼 후회하지 않으려면 대승적인 차원에서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쌍용차 신차 C200 출시 자금 1000억원 지원 시급
하지만 쌍용차는 오는 9월 출시 예정인 신차 C200(프로젝트명)의 출시자금과 수출물량의 원자재비용 문제로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따라 이달 월급도 50%만 지급했으며 오는 4일(창립기념일)에는 전직원이 월차를 내 임금지출을 최소화하는 등 비상경영을 하고 있다.

박영태 쌍용차 법정관리인은 "C200 개발비 자금집행을 못할 경우 협력업체 도산은 물론 쌍용차 회생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기업가치 하락으로 정상적인 인수합병(M&A)도 불투명하다"고 우려했다.

쌍용차는 포승공장과 경남양산 서비스센터 공매를 통해 650억원을 조달하고 안성물류센터 등 추가적인 자산 매각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부동산 시장이 냉각된 상태여서 자금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3월부터는 수출물량도 5000대 이상으로 늘어나고 현재 담보여력도 충분한 만큼 회사 생존을 위해서라도 추가적인 자금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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