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총서도 '큰 목소리' 낸다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10.02.2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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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결권 적극 행사키로...작년 반대의견 6.4%로 증가

36조원에 달하는 국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큰 손' 국민연금기금이 올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주총의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5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 빈도가 눈에 띄게 잦아지고 있다.



지난해 전체 의결권 행사건수 2003건 중 반대의견은 132건으로 6.4%였다. 2003년 1.9%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며 2008년 5.4%보다도 1%포인트나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반대 의견 중에서는 이사 및 감사 선임 반대가 70건으로 전체의 53.03%를 차지한다. 그만큼 기업 지배구조 관련 사안에 활발히 개입했다는 의미다.



상장사 주총 중에서 국민연금이 참여한 주총수는 494건으로 전체 주총의 6.6%였다. 이 또한 2003년 1.9%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국민연금, 주총서도 '큰 목소리' 낸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주주인 국민들의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한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며 "주주가치에 반한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의지를 본격적으로 내비친 것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민연금은 그해 3월 비자금 조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졌다.


의결권 행사는 안전자산인 채권 위주로 투자했던 국민연금이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과도 흐름을 같이 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의 특성상 올해 주총에서 특정 기업에 대한 의결권 참여 여부를 공표하지는 못하지만 기업 지배구조가 왜곡돼 주주가치가 훼손될 경우에는 반대표를 던질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2012년에는 국내주식 비중을 20%대로 확대할 계획이어서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가지는 영향력은 갈수록 배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는 최대 고객 중 하나인 국민연금의 눈치를 보느라 말을 아끼면서도 '기대반, 우려반' 이라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의 감시자 역할을 강화해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게 시장 건전화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상장기업들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는 국민연금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경영권 독립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모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기관투자자로서 시장감시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국민연금 규모가 커질수록 경영권을 침해하는 요인이 될 확률도 커져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증시 관계자는 "부도덕한 이사 선임에 반대해 기업의 경영 투명화를 이끄는 정도는 시장에 플러스가 되겠지만 정부 입맛대로 기업을 좌지우지한다는 인식을 심어줘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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