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대우건설 매각, 돌파구 없이 법정관리?

김창익 기자, 정진우 기자 2010.02.2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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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서 제출 거부 FI 문제가 관건… 계열사 보유지분 처리도 난제, TRAC 변수도 관심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매각 작업이 '첩첩산중'이다.

산업은행은 이달 말(28일)까지 대우건설 재무적투자자(FI)들과 동의서 제출 협상을 마무리 짓고, 6월 말까지는 매각작업을 완료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부 FI의 거부로 지분 인수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금호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처리 문제도 채권은행간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21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 일정을 감안할 때 이달 말까지 FI들의 동의서 제출 여부를 결론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17개 FI들의 대우건설 지분은 총 39%로 이 지분 처리 문제가 대우건설 매각 작업의 핵심이다. 현재 동의서를 제출한 FI는 10개로 전해졌다. 2.47%를 가진 리먼브라더스가 법정관리 중이어서 동의서 제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6개 FI의 동의서 제출이 관건이다.



대우건설 매각 일정 대우건설 매각 일정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최근 "FI들이 100% 동의하지 않을 경우 대우건설 대주주인 금호산업에 대해 강력한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에 대한 강력한 조치는 법정관리로 해석된다.

민 행장이 최후통첩 카드로 금호 오너 일가 전원의 사재출연 동의를 이끌어 금호석유화학과 금호타이어의 자금지원과 관련된 이슈는 어느 정도 해소했지만, 이번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부 FI가 투자자들의 법적 소송 가능성을 이유로 동의서 제출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최소한 피소송은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정관리가 차라리 낫다는 입장이다.


FI들 중 지분이 두번째로 많은 팬지아데카(5.61%)를 비롯, KTB사모투자(1005호 0.45%, 1006호 2.81%), 대호인수(1.12%), 우리투자증권(0.70%) 등이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은 FI들의 100% 동의서 제출을 전제로 실사를 거쳐 3월말까지 산은PEF인수 양해각서(MOU)체결을 끝낼 방침이다. 하지만 일부 FI가 끝까지 거부할 경우엔 차선책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호그룹 계열사들의 대우건설 지분 처리 문제도 난제다.

산은PEF가 대우건설 지분 50%+1주를 확보하려면 FI외에 계열사 지분을 13~14% 정도 양도 받아야 한다.

첩첩산중 대우건설 매각, 돌파구 없이 법정관리?
금호그룹 계열사별 대우건설 지분현황은 금호산업 18.64%, 금호타이어 5.61%, 금호석유화학 4.49%, 아시아나항공 2.81%, 금호생명 1.00% 순이다.



금호그룹이 구조조정 중이어서 이들 지분에 대한 처분권은 채권단에 있다. 계열사별 주채권은행의 이해관계에 따라 대우건설 지분의 처리 문제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금호산업은 우리은행이, 금호석화와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이 주 채권은행이다.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된 한 핵심 관계자는 "채권은행들은 자사의 채권회수가 최우선 고려사항"이라며 "채권은행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런 저런 이유로 무산된 TR아메리카컨소시엄(TRAC)이 대우건설 인수 희망자로 나선 상황이어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 관심이다.



TRAC는 현재 인도 최대 공공부문 건설그룹 DSC(20%)과 글로벌 금융솔루션그룹인 아메리칸뱅크노트(10%) 등 해외투자자들로부터 총 45%의 지분 참여를 확약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업체로는 더커자산운용이 10% 지분으로 참여한다.

관건이 되는 국내 전략적투자자(SI)와 해외 SI로 거론되는 미국계 부동산디벨로퍼인 티시먼 그룹의 참여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TRAC 관계자는 "3월초까지는 SI 문제를 매듭짓고 인수보증금 납부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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