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민권익위? 국가권익위?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0.02.22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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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가 국회 기자에게 전화한 이유는

[기자수첩]국민권익위? 국가권익위?


지난 18일 국회에 출입하는 기자 상당수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이날 한나라당 친박근혜계 김무성 의원이 발표한 세종시 절충안을 보도한 기사에 '국민권익위'가 '국가권익위'로 나왔으니 바로잡아달라는 내용이었다. 방송사 9시 뉴스를 포함해 적잖은 언론이 김 의원의 발표문을 그대로 옮겨 적으며 이런 '실수'를 했다.

권익위로선 당황스러울 만했다. '국민'과 '국가'는 한끝 차이지만 해석하기 따라선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위한다는 위원회가 국가 권리와 이익을 우선하는 기관으로 비칠 수 있는 문제였다. 이명박 정부의 '실세' 이재오 위원장이 취임한 뒤 '오해 아닌 오해'를 받아온 터라 더 민감한 문제이기도 했다.



사실 '이재오판' 권익위는 단순한 국무총리실 산하 기관이 아니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소신으로 이 위원장이 민생탐방에 나설 때마다 언론이 따라붙었고 이야깃거리가 나왔다. 권익위 기능상 법정구속력이 없는 '권고'에 불과했지만 이 위원장이 나설 때마다 문제가 해결됐다. 군 작전상 문제로 48년을 끌어온 속초비행장 주변 고도제한 완화 민원이 해결된 것도 이때 일이다.

논란이 있었지만 지난해 권익위가 고위공직자 부패 조사를 위한 계좌추적권 도입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위원장 '덕'이었다. 이 위원장은 "이전부터 진행됐던 사안"이라며 안타까워했다지만 계좌추적권 도입을 문제 삼은 게 꼭 고위공직자들만은 아니었다.



언론은 이때마다 '역시 실세' '이재오 파워'라고 보도했고 급기야 이 위원장이 나서 "'실세'니 '2인자'니 '힘 있는'이니 하는 표현은 좀 빼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했다.

사실 이날 언론이 '국민권익위'를 '국가권익위'로 착각한 데도 이런 영향이 적잖았다는 게 기자들의 '변명'이다. 이 위원장은 극구 부인하겠지만 '이재오'와 '실세' '국가'가 연결되는 게 그리 어색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한 정치권 인사는 "잘못된 보도가 나가면 정정을 요구하는 게 당연하지만 이 위원장이 엮이면서 묘한 느낌이 드는 것 같다"며 "재미있으면서도 씁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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