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1등 신랑감' 금호타이어 어쩌다…

박종진·광주=김보형 기자 2010.02.16 17:11
글자크기

[르포]"지역기업 살리자" 시민들 '냉담'… 노사합의만 되면 회생 가능 '희망'

#"금호타이어 생산직이야 6000만~7000만원씩 받는 고액연봉자들이라 몇 달 월급 못 받아도 괜찮겠지만 하청업체 직원들은 모두 죽을 맛이어롸"

설 명절 이튿날인 지난 15일 광주 소촌공단의 금호타이어 협력업체 직원 최 모씨(33)는 한 숨부터 내쉬었다. 금호타이어에 타이어 부자재를 납품하는 이 회사는 4달째 대금을 받지 못했다. 직원들 월급이 2~3달 씩 밀린 상태다.



금호타이어에 대한 광주 시민들의 시선도 싸늘하다. 연례행사가 돼 버린 파업에 따른 불편함, 덩치에 비해 신규 채용이 많지 않았던 탓이다.

50년 역사에 '잘 나가던' 금호타이어 (4,465원 ▲80 +1.82%)가 일촉즉발의 위기에 내몰렸다. 노조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에 쟁의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동의서를 채권단에 내지 않아 직원들은 설 명절을 무일푼으로 보냈다. 채권단의 긴급자금 지원 1000억 원이 없으면 당장 다음 주부터 원재료 부족으로 공장이 문을 닫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17일부터 재개될 노사협상에 금호타이어의 운명이 걸렸다.

◇싸늘한 민심… 왜?
"원래 여기선 금호타이어 다니는 총각이 신랑감 1순위였당께" 금호타이어 공장 정문 인근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임 모씨(53·여)의 말이다.

금호타이어의 광주, 전남 곡성, 경기 평택공장에서 근무하는 생산직 4041명의 평균임금은 연말정산을 위한 작년 소득세 신고액 기준으로 5927만원이다.


지난해 여름 69일간 이어진 파업으로 전년(7135만원)대비 평균 1200여 만원 이나 줄었지만 경쟁사인 한국타이어(4240만원, 일반직포함)나 넥센타이어(4089만원, 일반직포함)보다는 여전히 2000만원 가까이 높다. 2008년에는 1억원 이상을 받는 고소득 직원들도 전체의 4%인 209명이나 됐다.

임금체계가 이처럼 높은 것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인 강성노조가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임금인상을 달성한 탓이다. 지난해를 제외하고 최근 5년간 연 평균 임금인상률은 11.5%다. 파업도 최근 10여 년 동안 2005년과 2007년을 빼고 매년 진행했다.



물론 노사도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인위적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 2005년부터 생산직 신규채용을 하지 않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라인별 적정 인원 조정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 1100억원 가량의 노무비를 절감했다. 아울러 향후 5년간 정년퇴임으로 718명이 자연 퇴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인근 소촌공단의 한 자동차부품사에서 일하는 박 모씨(27)는 "직원채용도 안하고 자기들(금호타이어노조)끼리 높은 임금을 받으면서 회사를 위기에 빠뜨려놓고 이제와 금호타이어 살리기 운운하는 것이 몹시 불쾌하다"고 꼬집었다.

협력업체들의 사정도 절박하다. 광주공장에 타이어 부자재를 납품하는 C산업 대표는 "4개월째 납품대금을 받지 못해 명절인데도 직원들 월급을 주지 못했고 이제는 전기와 수도도 끊길 판"이라며 "노조가 채권단에 동의서를 제출해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야 어떻게든 살길을 찾아보지 않겠냐"고 말했다.



◇'제2의 쌍용차'로 가나
노사가 조속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다음 주 생산중단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금호타이어 측은 "채권단 지원이 없다면 천연고무 등의 원재료가 바닥 나 이달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사측은 인력 구조조정을 철회하는 대신 기본급 20% 삭감, 상여금 추가 300% 삭감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노조는 사실상 임금을 40% 이상 깎겠다는 조치라며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2의 쌍용차 사태로 번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미 현 금호타이어 노조 지도부는 지난해 점거파업을 포함한 69일간의 쟁의행위를 이끈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쌍용차 투쟁'이 결국 대량의 인력 구조조정 자체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금호타이어는 법정관리 상태까지 가지 않아 노조가 대규모 임금 삭감만 받아들인다면 정리해고는 면할 수 있는 처지"라며 "노조가 납득할 만한 명분을 준다면 타협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금호타이어는 중국시장에서 한국타이어 (17,800원 ▼10 -0.06%)와 필적할 만한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고 최근 영업상황도 좋아졌다"며 "노조와 합의만 원활하면 충분히 살아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