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연말 수신경쟁 불붙나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09.12.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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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대율 규제 선대응.. 저축은행, 출혈식 예금경쟁에 "울상"

연말을 앞두고 은행들이 이례적인 수신경쟁을 벌이고 있다. 은행들은 연말마다 각종 경영지표를 관리하기 위해 대출을 줄이고, 그에 맞춰 예금을 덜 받는 전략을 펼쳐왔다. 올해는 그러나 금리를 조금 더 주고서라도 예금을 끌어오려는 곳들이 적잖다.

이는 12년만에 부활한 예금에 대한 대출비율(예대율) 규제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은행들이 시장금리 상승에 앞서 저원가성 자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저축은행들도 뒤지지 않고 예금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권은 양도성예금증서(CD) 대신 정기예금 판매를 늘리기 위해 금리 인상에 속속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22일 정기예금 금리를 0.2%포인트 높였다. '키위정기예금'의 경우 최고 연 4.8%를 받을 수 있고, 자전거정기예금의 금리도 최고 4.7%로 올랐다. 하나은행 역시 대표상품인 '369 정기예금' 금리를 4.41%로 올렸다.



외환은행도 같은 날 정기예금 금리를 0.1%포인트 높여 1년 만기 '예스 큰 기쁨 예금' 금리가 최고 4.6%로 상승했다. 국민은행은 앞선 21일부터 최고 4.9%의 금리를 주는 '고객사랑 정기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연말을 앞둔 은행들의 수신경쟁은 이례적이라는 게 은행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은행들은 연말이 되면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 비율과 자산건전성 관리 등을 위해 대출과 예금을 함께 줄여왔다. 이 탓에 매년 연말을 앞두곤 예금금리 인상을 자제해왔다.

실제 1999년 1월부터 올 9월까지 통계를 보면 은행들의 월평균 금리(1년만기 정기예금)는 △1월 5.24% △2월 5.03% △3월 4.92% △4월 4.89% △5월 4.82% △6월 △4.83% △7월 4.83% △8월 4.82% △9월 5.02% △10월 5.02% △11월 5.00% △12월 5.07% 등이었다.


올해 은행들이 금리를 올리는 건 무엇보다 예대율 규제를 의식한 탓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내년부터 예대율을 100%로 규제하기로 했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들의 예대율은 112.4%(9월말 기준)다. 유예기간이 있으나 은행들은 포트폴리오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미리 예금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내년에 시중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은행들의 연말 예금금리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출구전략 시행시기는 가늠하기 어려우나,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무리하게 낮춘 정책금리는 상승 압박이 무척 큰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경제위기를 맞아 판매했던 고금리 예금의 재예치는 대부분 마무리 됐으나, 예대율 관리를 위해 예금을 추가로 확보하는 중"이라며 "예대율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 CD 유치는 중단하고, 대신 고금리 예금상품을 판매하는 전략이 대체적"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 시작된 수신경쟁은 제2금융권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연말 자금수요가 큰 저축은행들은 은행권 때문에 예금금리를 추가로 올려야 한다고 울상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자금을 원만하게 유치하려면 시중은행과 정기예금 금리 차이가 1.2~1.5%포인트 가량 나야한다"며 "은행권의 금리인상으로 자금조달에 적잖은 부담이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4.98%이나, 은행과 경쟁을 의식해 우대금리를 통해 5%대 중반의 금리를 주는 곳이 적잖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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