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상장, 삼성차 부채 해결될까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09.11.1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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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은 16일 삼성생명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내년 상반기로 상장계획 앞당겨 발표한 것은 10년 이상 끌어온 삼성자동차 채권단과의 갈등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했다.

삼성그룹은 외환위기 직후인 99년 삼성차의 법정관리로 채권단 손실이 발생하자 이건희 전 회장 소유의 삼성생명 주식 350만 주를 주당 70만 원에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했다. 2000년 말까지 삼성생명을 상장해서 빚을 갚고, 부족하면 이 전 회장과 계열사들이 책임지겠다는 것이었다.



채권단은 넘겨받은 삼성생명 주식 350만 주 가운데 117만 주는 삼성그룹 계열사에 주당 70만 원을 받고 처분했으나, 233만 주는 아직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71만여 주는 서울보증보험이 가지고 있으며 나머지는 우리은행 등 다른 채권단의 물량이다.

채권단은 삼성생명 상장과 채권회수가 지연되자 2005년 12월 이 전 회장 등을 상대로 삼성차 채권원금 2조4500억원과 연체이자를 포함해 총 4조7380억 원의 환수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심에서는 삼성이 담보로 제공한 삼성생명 주식을 대신 처분해 2조300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그러나 양측이 모두 반발해서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삼성차 채권단은 삼성생명의 상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한편에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입장을 보였다.

삼성생명 상장 후 주가가 크게 상승한다면 채권단이 보유지분을 매각해 채권을 회수할 수 있고 소송 등 모든 문제가 한 방에 풀릴 수 있다. 금융권이 삼성생명의 상장배경을 삼성차 관련 소송과 연관해 해석하는 이유다.


그러나 상장 후 주가가 70만 원 이하로 하락한다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이 전 회장은 99년 채권단에게 삼성생명 상장 후 주가가 70만 원을 밑돌 경우 50만 주를 추가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의 자금회수도 꼬이게 된다. 예컨대 채권단은 삼성생명 상장에 앞서 예정된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데, 상장 후 주가가 유상증자 가격 아래에서 형성되면 채권회수가 되레 어려워지는 탓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장으로 유입될 자금으로 삼성생명이 삼성차 채권단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법이 우선 거론되나, 아직 구체적인 제안은 없었다고 채권단측은 전했다.

한편 예금보험공사는 이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예보는 우리금융과 서울보증보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나 삼성차와 관련한 의사결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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