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량 건설사·2금융권 찰떡 궁합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09.08.2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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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B급 회사채 나오면 새마을금고 등 적극투자

비우량 기업으로 분류되는 신용등급 'BBB'급 건설사가 회사채 발행에 속속 나서고 있다. 일반 은행보다 1~2%포인트 높은 예금금리를 주는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이 운용 수익을 얻기 위해 고금리 회사채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건설사의 자금난 해갈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20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건설사인 삼환기업이 오는 9월10일 만기 1년6개월짜리 회사채 600억원을 연 8.7% 금리로 발행할 예정이다. 당초 계획했던 발행 규모보다 100억원 늘린 것이다. 키움증권과 KB투자증권이 공동 대표주관회사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환기업의 회사채 발행은 올 들어 세 번째다. 지난 5월 동양종금증권이 주관사를 맡아 1년 만기 회사채 500억원(금리 연 8.80%)을 발행했고 6월엔 NH투자증권의 주관으로 1년6개월짜리 회사채 200억원(연8.70%)을 내놨다.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모두 만기도래한 약속어음 결제와 공사대금 지급용으로 썼다.

삼환기업은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순위 20위권 종합건설회사로 신용등급은 'BBB+'(한국신용평가)와 'A-'(한신정평가)로 평가받고 있다. 비우량 건설사들은 지난해 극심한 분양시장 침체로 채권발행에 여의치 않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올 들어 건설사들은 정부와 통화당국의 유동성 지원에 힘입어 투자자 모집이 가능해지면서 회사채 발행에 숨통이 트였고, 최근 일부 비우량 회사들도 원활히 자금 조달에 성공하고 있다.

신용등급 BBB+인 한라건설도 17일 KB투자증권과 금호종합금융을 공동대표 주관사로 선정, 만기 1년6개월 회사채 1300억원(금리 연 8.70%)을 발행했다. 한라건설은 지난달에도 만기 1년6개월 회사채 발행을 통해 1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건설사의 경우 미분양 아파트에 따른 자금운영에 부담이 있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우발 채무가 발생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점이 회사채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발행 주관을 맡거나 인수한 증권사들도 회사채를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하기보다 단위 새마을금고나 신용협동조합,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대상으로 팔고 있다.

한 증권사 채권상품 관계자는 "모 건설사의 경우 신용등급에 비해 재무구조도 견실하지만 지난해 금융위기 후 부도직전까지 가는 바람에 아직 개인들에게 판매하기엔 아직 위험하다"며 "보통 회사채 발행을 하기 전에 사전수요조사(태핑)를 하는 데 대부분 제2금융권에서 투자 의사를 밝힌 상태여서 발행이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2금융권은 지난해 하반기 금리 인하 전에 고금리로 끌어들인 자금을 운용해 예대마진을 남기려면 고금리 회사채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저축은행 자금운용 부서 관계자는 "지난해 자금 조달비용을 감안하면 적어도 연 8~10%를 웃도는 수익을 얻는 곳에 투자해야 한다"며 "우량 회사채는 금리가 워낙 떨어졌기 때문에 신용도가 낮더라도 높은 금리를 주는 회사채를 골라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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