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재개발 공공만능주의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09.06.19 10:27
글자크기
[기자수첩]재개발 공공만능주의


"공공의 역할이 확대된다고 과연 부패가 없어질까요?"

서울시가 지난 10일 발표한 '정비사업 절차 혁신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 주거환경개선정책 자문위원회는 40년 만에 낡은 재개발 제도를 전면 개편하는 혁신안을 발표했다. 이 안에 따르면 주택공사 SH공사 등은 '공공관리자'로서 재개발사업 절차를 관리하고 공공관리자 비용은 시공사 선정단계까지 공공이, 시공 단계 이후부터는 조합이 부담하기로 했다.



그동안 다수 정비업체가 주민동의서를 매매하고 추진위원회는 정비업체 및 시공사를 사전 선정, 자금을 조달받는 부패의 고리를 끊겠다는 취지다.

하성규 서울시 주거환경개선정책 자문위 위원장은 "공공의 행정·재정 지원이 확대되면 도시정비사업이 투명성을 확보되고 조합과 시행사간의 비리를 척결하는 혁신적 전환점이 마련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이 개선책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우선 공공관리비용을 공공이 부담해야할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은 공공사업이 아닌 철저한 민간사업인데 시민의 세금을 쓰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또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의 문제도 지적된다. 초기 사업추진부터 조합 설립추진까지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재개발 조합 사무실 운영비, 사무원 인건비 등만 따져도 1년에 1억원 이상 든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구청이나 주택공사 SH공사가 공공관리자로서 관리 감독자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민간정비업체 관계자는 "민간이 사업을 수행하게 되면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효율적으로 사업비를 사용하겠지만 이해관계자가 아닌 공무원이 관여하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비사업비 산정을 투명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는 안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한 건축사무소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은 초기 땅 면적만 덩그러니 나와있다가 세부견적이 나오는 불확실한 사업"이라며 "도면도 없는데 처음부터 정확한 견적을 내라는 것은 '장님에게 코끼리를 그리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김진수 바른재건축실천전국연합 회장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깨끗하고 투명하게 하도록 관리하겠다는 시의 의도는 좋지만 공공에 일 하나 더 챙겨주는 또 다른 행정 규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