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딸들의 전성시대'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기성훈 기자 2009.04.0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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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그룹 조현아 상무, 계열사 대표이사로
- 동양그룹 현정담 상무보, 동양매직 등기이사 선임
-"아들과 달리 대우할 이유 없다"

재계가 '딸들의 시대'를 맞고 있다. 딸이라는 이유로 경영 일선에 나서지 못했던 것은 옛말. 이제는 당당하게 회장, 대표이사 역할을 맡아 큰 조직을 이끄는 사례가 최근 부쩍 늘고 있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 오리온그룹의 이화경 롸이즈온 대표 등이 성공적으로 '딸'들의 경영 리더십 선례를 보여주고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 지도자들의 네트워크가 확대된데 따른 새로운 추세라는 분석이다.

김은선 보령제약 대표, 정지이 현대U&I 전무,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왼쪽부터).김은선 보령제약 대표, 정지이 현대U&I 전무,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왼쪽부터).


1일 업계에 따르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맏딸 조현아 대한항공 기내기판사업본부장(상무)는 지난달 13일(등기일 기준) 계열사 칼(KAL)호텔네트워크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칼호텔네크워크는 인천 하얏트 리젠시 호텔을 운영하는 한진그룹의 계열사다.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의 손자, 손녀 가운데 최연장자인 조 상무는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뒤 1999년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본부로 입사했다.

조 상무의 여동생인 조현민 팀장도 2007년 3월 LG애드를 나와 대한항공 광고선전부(현 통합커뮤니케이션실) 과장으로 입사한 뒤 현재 이 부서에서 기획팀장으로 근무 중이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장녀 현정담 동양매직 마케팅실장(상무보)은 지난달 20일 주주총회를 통해 동양매직의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동양매직은 가스오븐레인지, 식기세척기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동양그룹의 계열사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인 현 상무보는 2006년 동양매직 차장으로 입사한 뒤 2년 만에 상무보로 승진했다. 현재 현 상무보가 보유한 동양매직 지분은 4.6%로 현 회장(0.9%)의 5배 이상이다.

김승호 보령그룹 창업주의 장녀인 김은선 회장은 지난달 17일 이사회를 통해 보령제약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에 따라 보령그룹 제약부문 회장을 맡고 있는 김 회장은 향후 김광호 현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각자 대표 체제로 회사를 이끌게 됐다. 가톨릭대 식품영영학과, 연세대 경영대학원 출신인 김 회장은 1986년 보령제약에 입사한 뒤 마케팅, 기획 등 다양한 부서를 두루 거치며 경험을 쌓아왔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장녀 정지이 현대U&I 전무도 착실하게 후계수업을 받고 있다. 정 전무는 2004년 현대상선으로 입사해 재무, 회계 등의 실무 경험을 쌓았으며 2006년 정보기술(IT) 계열사 현대U&I로 옮긴 뒤 상무에 이어 전무로 승진했다. 현대상선 과장 시절이던 2005년 7월 현 회장을 수행해 북한 원산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는 등 현 회장의 대북사업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기도 했다.

이밖에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와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도 경영 일선에서 맹활약 중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오너의 여성 자녀들이 남편을 대신 전면에 내세우고 자신은 사회봉사, 예술 관련 활동 등에 전념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며 "사회적으로 남녀의 구분이 거의 사라지고 있는 만큼 딸이라고 아들과 다르게 대우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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