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현재 지역별 노조 전환을 추진하는 기아차지부 지도부의 입장에 맞서기 위한 수순이란점에서 그 파장이 주목된다. 특히 현대차, GM대우, 쌍용차 등 다른 완성차 노조들도 올 9월까지 지역노조 전환을 앞두고 있어 업계 안팎의 눈길이 쏠린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의 현 집행부는 지난 20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대책위의 이번 찬반투표가 규약 위반사항임을 분명히 했다. 이미 2006년 금속노조 차원에서 산별전환을 결정한 후 조합원 총회를 통해 금속노조 ‘기아차지부’로 전환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각 공장과 사업장 분야별로 조합원들 간에 현실적 조건과 이해관계가 달라 논란을 빚어왔다. 게다가 유례없는 경기불황으로 생산 현장의 고용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현장조직 간에 갈등이 빚어지는 배경이다. 이번 반발투표를 주도한 온건파 ‘전민투’(전진하는 민주노동자 투쟁위원회)가 이런 현장 분위기를 바탕으로 현 주류인 ‘민투위’(민주노동자 투쟁위원회)에 반기를 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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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투표 결과로 인해 노조가 당장 분열에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도부가 인정하지 않은 조합원 총회이기에 현실적 제한이 많다. 기아차지부는 이날 “공장별 대의원들을 중심으로 투표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참가 거부토록 해 실제 참여율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책위측이 자체적으로 투표함을 만들어 현장을 돌고 있어 투명성 문제도 제기될 수밖에 없다. 소하리 공장 한 직원은 “투표가 성사돼도 공식적 감독기구가 없는 상황에서 개표결과에 대해 수긍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반발 움직임이 최근 정치색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며 민주노총에 반발하고 있는 노동계 일각의 흐름과 맞물려 향후 파괴력을 지닐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민주노총 활동가는 “내년 복수노조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올 하반기 사업장별 지도부 선출시기를 앞뒤로 우파세력들이 조합원들의 고용 불안심리를 이용, 산별 중심의 민주노총 흔들기에 본격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노조의 문제에 사측이 나설 수는 없지만 경기불황에 노조 간 다툼까지 겹치면 경영난이 가중되지 않을까 우려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