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선종..'명동의 기적' 한달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09.03.1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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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 7배 증가... 천주교 예비신자 급증

김수환 추기경 선종..'명동의 기적' 한달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지난 달 김 추기경 선종 이후 5일 동안 명동성당엔 40만명 이상의 추모객이 다녀갔다. 이른바 '명동의 기적'이라는 말까지 만들어지며 추모 열기는 뜨거웠다.

당시 국내 언론도 연일 김 추기경 추모 뉴스를 다뤘다. 천주교 신자는 물론 수많은 국민들이 그를 추모하는 글을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다. 이러한 추모 열기가 한 달 동안 이어지며 천주교 안팎에 '사랑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모습이다.



김 추기경은 선종하면서 각막을 기증했다. 이를 본 많은 사람들이 장기기증을 희망하고 있다. 16일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확인 결과 지난 한 달 동안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밝힌 사람은 9583명(온라인 6148명, 오프라인 343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63명보다 7배 이상 증가했다.

장기기증운동부 관계자는 "김 추기경 선종 이후 장기기증 문의가 쇄도했고 실제로 기증 의사를 밝힌 사람 수도 많이 늘었다"며 "특히 선종 이후 5일까진 기증 희망자가 너무 많아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 고 김수환 추기경이 1990년 1월5일 강남성모병원 안은행에서 각막기증 신청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제공: 한마음한몸운동본부)<br>
↑ 고 김수환 추기경이 1990년 1월5일 강남성모병원 안은행에서 각막기증 신청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제공: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김 추기경 선종 이후 천주교에 관심을 보이거나 신자가 되려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다. 명동성당이 천주교 신자가 되려는 사람을 위해 마련한 예비자 교리반에는 117명이나 몰렸다. 예년에 비해 20% 넘는 수치다. 하루 7차례 열리는 일요일 미사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서점가에는 김 추기경과 관련된 책도 잇따라 출간됐다. 수원대 명예교수이자 문학평론가인 구중서 교수가 김 추기경 평전으로 쓴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용서하세요'를 지난달 말 펴냈다. 김 추기경의 말과 글을 시구처럼 편집한 엮은 잠언집 '바보가 바보들에게'도 나왔다.

서울대교구는 김수환 추기경이 우리 사회에 남긴 평범하지만 따뜻한 인사말을 사회운동으로 펼치고 있다. 서울대교구는 지난 9일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고 적힌 지름 9㎝ 크기의 원형 스티커를 50만장 찍어 일반에 배포했다.

이 스티커는 빨간색을 바탕으로 김 추기경이 그린 자화상 '바보야'를 중앙에 새겼다. 차량 유리창이나 사무실 출입문 등에 붙여 쓸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 스티커로 김 추기경의 넋을 기리게 된다.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오는 4월5일 김수환 추기경의 묘소에서 추모 미사를 올리는 것으로 공식 추모 행사를 모두 마무리할 계획"이라면서도 "김 추기경의 뜻을 이어 받아 장기기증운동 등은 계속 펼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김 추기경의 고귀한 삶을 본받으려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교구 차원에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추기경의 묘소가 마련된 경기도 용인 천주교 공원묘지 성직자묘역에는 참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2일 이후 현재까지 추기경의 묘역을 방문한 사람은 약 1만5000여명으로 집계됐다. 평일에는 500~600명, 주말에는 1000여명이 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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