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남긴 '생명존중' 기린다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09.02.1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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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남긴 '생명존중' 기린다


김수환 추기경은 생의 마지막까지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위했다. 선종하는 순간 자신의 각막을 시각 장애인에게 기증했다.

고인은 생전에도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한줄기 희망이었다.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 장기기증이라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자 그를 따라 장기기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19일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 확인 결과, 김수환 추기경 선종 이후 지난 18일까지 사흘간 350여명이 각막과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다. 이는 평상시 3~4배가 넘는 수준이다. 장기기증과 관련된 다른 단체도 비슷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한국 천주교는 김수환 추기경의 생전의 뜻을 기리기 위해 범국민적으로 장기기증 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그동안 장기기증 운동을 벌여온 천주교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관계자는 "김수환 추기경 장례미사가 끝나면 그분의 뜻대로 정부를 비롯해 사회단체들과 사후 장기기증을 장려하는 범국가적인 캠페인을 벌일 방침이다"고 말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지난 1989년 서울에서 제44차 천주교 세계 성체 대회가 열린 것을 계기로 김수환 추기경이 천주교 안팎의 뜻을 모아 설립한 단체다. 이 단체는 사후 장기기증운동, 헌혈 운동, 백혈병 치료를 위한 조혈모세포 기증 운동도 펼쳤다. 현재 이곳에는 전국 각지에서 장기기증과 관련한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은 또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한 생명존중을 강조했다. 생전에 사형제폐지와 낙태반대를 주장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이후 일반인들의 사형제폐지와 낙태반대에 대한 관심도 더욱 높아졌다.

지난 1964년 가톨릭시보사 사장 시절 한 사형수와 깊은 인연을 맺었던 김수환 추기경은 사형이라는 보복성 형벌대신 용서와 사랑을 강조했다. 또 기회가 있을 때마다 태아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풍조를 비판했다. 사형제와 낙태가 하느님의 섭리에 어긋난다는 점에서다.

그는 또 자연섭리에 순종하는 방식의 죽음을 통해 존엄사에 대한 관심을 환기했다. 존엄사는 환자가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등 생명 연장을 위한 의료 행위를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죽는 것을 의미한다.


김수환 추기경도 병상에서 자신의 생명연장을 위한 의료행위를 거부했다. 오로지 신과 자연의 섭리에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재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있을 존엄사를 둘러싼 법원의 심의와 사회적 논쟁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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