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병원 '고가진료' 뒤늦은 결론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2009.02.27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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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곳서만 연간 3000여건 시술 추정

우리들병원이 표준 수술법과 별 차이도 없는 새 수술법을 통해 고가진료를 해온 것으로 정부가 결론을 내렸다. 표준수술의 14배가 넘는 수술비를 낸 환자들은 어리둥절 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뉴클레오톰을 이용한 관혈적 척추 디스크 수술(AOLD)'은 표준디스크수술의 대안으로 떠오른 만큼 우리들병원 등 전문병원에서 디스크 수술을 한 환자의 상당수가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5년간 보험에 적용되는 척추수술은 5만건에서 10만건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보험에 적용되지 않고 직접 환자에게 돈을 받는 비급여수술은 적어도 이보다는 더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가수술비를 받아온 병원들= 병원이 보험에 적용되는 표준디스크수술을 하고 버는 돈은 약 70만원(검사 및 입원비 제외한 수술비 기준). 이 중 환자에게 20% 가량인 14만원, 건강보험공단에서 56만원 가량을 받는다.



하지만 AOLD시술을 할 경우 환자에게 200만원 가량을 복잡한 심사절차 없이 한번에 받을 수 있다.

우리들병원에서 AOLD에 책정한 수술비는 199만2000원. 전액 환자가 부담한다. 표준수술을 받을 경우 환자는 14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되니 AOLD를 받은 환자들은 별 효과없이 180만원 가량을 더 내는 셈이다.

↑표준 척추디스크수술과 우리들병원의 AOLD 비용 비교(검사 및 입원비 제외). AOLD시 185만원 가량 환자부담이 추가로 발생한다.↑표준 척추디스크수술과 우리들병원의 AOLD 비용 비교(검사 및 입원비 제외). AOLD시 185만원 가량 환자부담이 추가로 발생한다.


AOLD는 현재 비급여로 인정돼 건강보험재정에서 비용이 지출되지 않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환자에게 시술됐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고경화 전 의원에 따르면 2006년 8월 한달간 청담우리들병원에서 진행된 AOLD 건수는 총 279회. 이를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한해 3300여건이 이뤄진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청담동 뿐 아니라 김포공항, 부산, 동래, 대구 우리들병원에서도 동시에 시행됐다는 점, 우리들병원을 표방하며 생겨난 척추전문병원들이 이 시술을 해왔다는 점에 비춰볼때 환자 피해액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9년 지나서야 뒤늦게 입장 바꿔= 이 모든 일은 2000년 정부가 우리들병원의 AOLD를 기존 수술법보다 우수하다고 판단, 비급여(환자 본인 전액부담)로 치료비를 받도록 허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9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것은 정부의 판단 뿐이다. 시술 내용은 당시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다.



복지부는 당시 전문적으로 치료법의 유효성을 평가할 만한 절차가 확립돼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번에 AOLD의 유효성을 평가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나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등이 4년 전 만들어진 만큼 그 전에는 체계적인 절차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척추신경외과학회와 척추외과학회는 2006년 당시 이 시술법에 대한 논란이 일자 "AOLD를 의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하기도 했다.

◇보상받을 길 없나 = 이처럼 수술비를 낭비한 환자들의 피해는 상당하지만 병원이나 정부로부터 제도적으로 보상받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AOLD를 받은 환자들은 당시 고시에 의거해 받은 것이기 때문에 고시가 개정됐다고 해서 차액을 보상받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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