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받은 김형오, 선택은…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9.02.2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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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받은 김형오, 선택은…


공은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넘어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미디어 관련법이 위원장 직권으로 상정됐다.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통과됐다.

한나라당은 26일 "표결할 것은 표결 처리하겠다"며 강경론을 폈다. 이에 민주당이 국회 전 상임위 '보이콧'으로 맞서며 정상적인 국회 운영은 물 건너간 분위기다.



법안 심의가 4월 국회로 넘어간다고 해도 경색 국면이 쉽사리 풀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쟁점법안들이 각 상임위를 통과하더라도 민주당 유선호 의원이 위원장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파행이 길어지면 김 의장에 대한 직권상정 요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김 의장은 지난해 말부터 여권으로부터 상임위 논의를 건너뛰어 곧바로 본회의에 직권상정해 달라는 압박을 받아왔다. 지난 연말연초 민주당의 본회의장 및 상임위 점거 당시엔 직권상정 직전 조치인 심사기일 지정 카드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막판 결심을 내리지 않았다.



이번에도 김 의장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일단 "의장에게 부여된 모든 권한을 사용하겠다"는 의지는 밝혔다. 김 의장은 지난 25일 성명을 내고 "대화와 타협 없이 본회의를 맞을 경우 국회의장으로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국회의 정상적 운영을 책임진 국회의장으로서 국가와 국민의 입장에서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권한을 단호히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직권상정 가능성으로 읽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지난번 막판에 돌아선 '전례'가 문제다. 이 정도의 성명을 분명한 '사인'으로 받아들이긴 부족하다는 게 한나라당의 불만이다. 여권 관계자는 "김 의장의 '미지근한' 태도가 문제"라며 "자기 경력에 흠집 나는 걸 꺼려 몸을 사린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국회 파행을 언급하며 반성을 촉구한 바 있다. 지난달 12일 라디오 연설에서다. "정부가 예산집행을 서두르고 있지만 여야 대립으로 법안 처리가 늦어지는 바람에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며 "대통령으로서 무슨 정책을 내놔도 계속 반대만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참으로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으로선 여권의 직권상정 요청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 데다 청와대까지 나섰다는 점이 큰 부담이다. 친정인 한나라당의 요구를 뿌리칠지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라도 직권상정을 강행할지 어느 쪽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현재로선 김의장이 한나라당의 요구를 무조건 일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성명을 발표한 것도 여권에 자신의 의지를 보여줬다는 해석이다.



다만 2월 임시국회에서 본회의가 오는 27일과 2일 2차례 남아있는 만큼 이번 주말 여야의 타협을 다시 한 번 촉구하면서 처리 시기와 대상 절충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시간을 벌더라도 여야의 합의가능성이 높지 않은 만큼 김 의장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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