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추기경 장례]"아버지 사형 막아준 추기경님"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09.02.2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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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추기경 장례]"아버지 사형 막아준 추기경님"


'김수환 추기경 덕분에 아버지가 사형을 피할 수 있었다. 그는 진정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줬다.'

김수환 추기경 추모게시판에 김 추기경 덕분에 사형선고를 받은 자신의 아버지가 살 수 있었다는 사연이 올라와 감동을 전하고 있다.

20일 오전 글을 올린 박모씨는 "아버지가 사형선고를 받고 언제 처형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추기경을 만났다"며 "그때는 잘 몰랐지만 추기경은 흐느끼는 내 모습을 보고 아버지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아무도 정치범을 살려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을 때 김수환 추기경은 살려야만 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그 때 만일 아버지가 처형이 됐다면 아마도 영혼이 갈가리 찢겨졌을 것이고,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는 테러리스트가 됐을 것"이라며 "추기경이 아버지를 살려줬기 때문에 지금 남편과 아들이랑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김수환 추기경 덕분에 사랑의 큰 뜻을 이제야 깨달았다"며 "아버지 목숨뿐 아니라 나의 영혼을 구해주신 것"이라고 고백했다.



실제 김 추기경은 1973년 민청학련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사람들의 감형을 위해 정부와 직·간접적인 대화를 했고 이들의 석방을 이끌어낸 적이 있다.

추모게시판에는 또 김 추기경과의 추억이 담긴 한 신자의 글이 올라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신자는 "지난 1980년대 부활절에 주교관에 있는 김수환 추기경에게 달걀을 가져다 드렸더니 환한 미소를 보이셨다"며 "김 추기경이 선종했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지금껏 삶을 다시 돌아보고 반성하게 됐다"고 글을 올렸다.

이어 "추기경이 늘 강조하던 사랑, 용서, 화해를 마음속에 깊이 새기고 살아갈 것"이라며 "하느님 나라에서 편히 쉴 것을 알면서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20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명동성당에서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열렸다. 고 김 추기경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용인 공원묘지 내 성직자 묘역에 안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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