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항공 507편 추락사건을 다룬 유튜브 영상 캡처. /사진=유튜브 Mystery Diggers 캡처
케냐항공 507편 조종석에서는 기장 프란시스 음바티아와 부기장 앤드류 키우루가 폭풍우가 잦아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폭우와 뇌우로 인해 한시간 동안 이륙이 지연된 상황이었다.
얼마 후, 날씨가 충분히 잦아들었다고 판단한 이들은 출발을 결정했다. 현지시간으로 5일 오전 12시6분 나이로비를 향해 이륙한 항공기는 단 1분30초 만에 인근 맹그로브숲으로 추락했다.
이륙 허가 없이 출발…"비극의 시작"
케냐항공 507편 추락사건을 다룬 유튜브 영상 캡처. /사진=유튜브 Mystery Diggers 캡처
그러던 중 갑자기 케냐항공이 홀로 출발을 결정했다. 이미 한시간 이상 지연된 데다 조종사들이 '날씨가 충분히 괜찮아졌다'고 판단했기 때문. 기장은 공항 관제탑에 이륙 승인을 요청하지 않았고, 당연히 이륙 허가도 받지 않은 채 항공기를 출발시켰다. 비극의 시작이었다.
기장-부기장 '끔찍한 팀워크'…항공기는 혼자 날았다
케냐항공 507편 추락사건을 다룬 유튜브 영상 캡처. /사진=유튜브 Mystery Digger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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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륙 후 항공기가 살짝 오른쪽으로 기울었다. 기장은 조종간을 사용해 대응했고 고도 1000피트(300m)에서 조종간을 놨다. 이후 부기장에게 "오케이, 명령"이라고 소리치며 자동 조종 장치를 작동하도록 지시했다.
기장이 지시하면 부기장은 자동 조정 장치를 작동 시키고 명령을 다시 읽으면서 구두 확인을 해야 한다. 그러나 부기장은 자동 조종 장치를 작동하지도, 명령을 다시 읽지도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기장 역시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이로 인해 항공기는 55초 동안이나 홀로 날았다. 두 사람 모두 '아무도 항공기를 조종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자동 조정 장치 또한 작동하지 않았다. 당연히 항공기는 다시 기울기 시작했다.
이륙 2분도 되지 않아 "추락 중"
케냐항공 507편 추락사건을 다룬 유튜브 영상 캡처. /사진=유튜브 Mystery Diggers 캡처
경고음에 놀란 기장은 조종간을 계기판을 확인하지 않고 조종간을 오른쪽으로 돌려 문제를 악화시켰다. 늦게서야 자동 조정 장치가 작동됐지만 이후에도 당황한 기장이 계속 조종간을 건드리면서 상황이 더욱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장과 부기장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리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졌다.
고도 2290피트(700m)에서 이미 항공기는 복구될 수 없을 정도로 기울어져 있었다. 결국 오전 12시7분30초께 기장은 "추락 중"이라고 알렸고, 케냐항공 507편은 이륙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맹그로브 늪에 내리꽂혔다.
영국 유학 준비하던 스무살 한국 청년도 사망
507편이 추락한 시점은 관제사가 퇴근할 때 쯤이었다. 결국 추락 사실은 날이 밝아 관제사가 출근한 다음에야 알려졌다. 잔해는 5월 6일 두알라에서 남동쪽으로 약 20km 떨어진 늪에서 진흙과 물에 잠긴 채 발견됐다.
생존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케냐항공에 따르면 이 항공기에는 26개국에서 온 108명의 승객과 케냐 출신의 승무원 6명 등 114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승객 중에서는 한국인 김모씨(20세)도 타고 있었다. 김 씨는 영국 유학 준비를 위해 케냐에 잠시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외교통상부는 "케냐 외교부가 추락한 항공기에 한국인 김모씨가 탑승한 사실을 한국 정부에 서면 통보하며 피해자 가족에 애도의 뜻을 표했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