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고객 와도 자통법 벽에… 은행 '비상'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도병욱 기자, 오수현 기자 2009.02.0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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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성향 대부분 1~3등급, '주식형' 불가

-도심 지점도 "자통법 이후 1명 상담만 해"
-투자심리 악화에 펀드잔액 매달 내리막
-저축은행, 보수적 고객성향에 '고민'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은행권의 펀드판매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미 세계증시 침체로 펀드투자 자체가 위축된 데다 은행고객 대부분 투자성향이 펀드 가입을 권할 수 없는 '안정형'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은행의 쏠쏠한 수익원으로 자리잡은 펀드판매 수수료 등 비이자수익의 급감을 예고한다.

'펀드'고객 와도 자통법 벽에… 은행 '비상'


◇"눈앞에서 손님 보내"=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창구에서 펀드판매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일단 펀드 가입차 은행을 찾는 고객이 드물어졌고 그나마 찾은 고객들에게 펀드상품을 권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실제 이날 서울 도심에 위치한 A은행 지점의 투자상담 창구를 찾은 고객은 단 1명도 없었다. 이 은행의 창구직원은 "자통법 시행 이후 펀드 가입을 문의한 고객은 1명"이라며 "그 고객마저 상담만 하고 되돌아갔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다른 지점보다 큰 데도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다른 지점에서는 펀드 가입 고객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뜩이나 펀드 신규 가입을 원하는 고객이 줄었는데, 자통법 실시로 더욱 얼어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고객의 '보수적인' 투자성향은 고민거리다. 자통법에 따라 은행 직원들은 고객들의 투자성향을 미리 조사해 그 결과에 따라 펀드를 권해야 한다. 그러나 고객 대부분이 주식형펀드에 가입할 수 없는 1~3등급에 그쳐 손님을 되돌려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 은행권의 현실이다.


다른 은행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B은행 창구 직원은 "인근 지점과 본점에 문의해보니 펀드 가입을 상담하는 고객 대부분이 1~2급에 머물렀고, 심지어 동료 직원을 대상으로 시험삼아 투자성향을 조사해도 3급 이상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 대부분이 인기 있고 유명한 주식형펀드를 찾다 규정대로 해당 상품을 추천할 수 없다고 하면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며 "당분간 펀드를 가입하기 위해 은행을 찾는 고객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앞으로 수익원은…"=이런 분위기는 펀드판매 수수료로 수익을 늘려온 은행에 적잖은 타격을 줄 전망이다. 글로벌 증시 하락으로 펀드고객이 대거 이탈해 판매잔액이 크게 쪼그라든 상황에서 '설상가상'이다.

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 5개 시중은행의 수익증권 판매잔액은 지난해 1월말 69조2344억원에서 5월말 76조4126억원으로 치솟았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이들 은행의 펀드판매잔액은 6월 이후 매월 내리막길을 걸었고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수면위로 부각된 지난 10월에는 한달 동안 무려 11조원 넘게 줄었다. 올들어 1월중 이들 은행의 펀드판매잔액은 872억원 감소했다.

대신 머니마켓펀드(MMF) 및 정기예금으로 자금이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말 20조439억원이던 이들 은행의 MMF잔액은 올 1월중 26조2451억원으로 늘어나며 한달 새 6조원 넘게 증가했다. 은행권은 "MMF 말고는 팔 상품이 없다"고 한숨을 내쉰다.



정기예금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1월말 이들 5개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266조476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222조869억원) 보다 44조원 넘게 늘었다. 은행들이 지난해말 이후 '역마진' 위협에 특판예금 판매를 중단했지만 '안정성'을 찾는 고객들의 자금은 꾸준히 정기예금으로 흘러가고 있다.

◇저축銀, "우리 고객은 더 보수적"=자통법 시행으로 펀드판매가 가능하게 된 저축은행들도 쉽사리 나서지 않고 있다. 저축은행 고객들은 예금성 투자고객 비중이 높은 탓에 위험회피적 투자성향을 보여 펀드판매 여건이 은행보다 어렵다.

그동안 펀드판매를 준비해온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투자성향을 조사하는 경우 은행권에 비해 안정 성향 비율이 높게 나타날 것"이라며 "당분간 안정형 상품 개발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다수 저축은행들은 주식연계상품과 같은 고위험 고수익 상품보다 원금 보장 위주의 지수연동예금(ELD) 등 안정형 펀드판매에 일단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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