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전체 의석수의 과반이 훨씬 넘는 171석을 차지하고도 지난해 말 쟁점법안 처리에서 82석의 민주당에 일방적으로 밀린 원인으로 당의 분열이 첫 손에 꼽힌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를 추종하는 친이(親李), 친박(親朴) 세력 간 갈등은 정권 출범 1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야당은 용산참사를 계기로 시민사회단체와 연계해 거리투쟁에 나서는 등 여권을 압박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주말 장·차관 워크숍에서 "국민들이 올해는 인내해 주겠지만 내년에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있다"고 심각한 위기의식을 털어놨다.
이 대통령은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경제적 장애물은 당·정이 힘을 모아야만 해결될 수 있다. 지금이야 말로 긍정의 힘을 모야야 할 때"라며 여권의 화합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년간 정신없이 지났는데 요즘 사정이 어려우니 당 생각이 더 간절하다"며 "당이 힘이 없으면 되는 게 없는 만큼 한나라당이 화합해 금년 1년간 힘을 모아주면 정부가 열심히 해 국민들을 안심 시키겠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좋을 때나 어려울 때 함께 하겠다. 나부터 당·정이 진정 화합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나서겠다"며 "중진들이 중심이 돼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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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이 같은 호소에 친박계도 호응했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어려운 여건에서 정부가 노력 많이 했고 대통령께서 고생이 많으셨다. 당과 정부가 긴밀히 협의해 경제를 꼭 살려서 국민에게 희망을 주시기 바란다"고 화답했다. 친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도 "전대미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오늘을 당내 통합의 계기로 삼자"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내 야당답게 비판적 시각도 잊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임시국회 격돌이 예상되는 쟁점법안들에 대해 "정부와 야당, 국민의 관점 차이가 크다"며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언급은 '법안처리 속도전'을 주장하고 있는 당 지도부 입장과는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날 오찬에는 한나라당에서 박희태 대표, 홍준표 원내대표, 임태희 정책위의장, 허태열·공성진·박순자·송광호·박재순 최고위원, 박근혜 전 대표, 홍사덕·이상득·김무성·정의화·박종근·이해봉·이윤성·황우여·김영선·남경필·안상수 중진의원, 안경률 사무총장, 조윤선 당 대변인, 김효재 대표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맹형규 정무수석, 윤진식 경제수석,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이동관 대변인, 박형준 홍보기획관 등이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