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등급 건설사는 사실상 부도(?)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09.01.2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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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예치금, 금융기관 인출막아…공공기관은 선수금 지급 거부

"C등급으로 결정돼 워크아웃에 돌입한 건설사가 부도난 회사입니까?"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대상으로 지정된 건설사들이 금융기관과 발주처로부터 사실상 부도기업에 가까운 대우를 받고 있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견 A건설은 지난해 발행한 진성어음의 만기가 돌아올 것에 대비해 1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몇 몇 금융기관에 예치해놓았다. 그러나 C등급을 통보받자마자 이들 금융기관이 통장 인출을 완전히 막아버렸다.



특히 이 건설사는 대주단에 가입해있기 때문에 1년간 채무상환을 유예받을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이 회사는 금융감독원을 통해 가까스로 통장 인출 제한을 풀었지만 상황이 여기서 종료되지 않았다.

A건설은 곧 만기가 돌아오는 공모사채 600억원 상환에 대비, 최근 수주한 공공공사의 발주처로부터 선수금을 수령해 1000억원을 마련하는 자금계획을 세워놓았다. 이 건설사는 공공공사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건설사 가운데 한 곳이어서 선수금 수령으로 충분한 현금 유동성을 늘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C등급 건설사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C등급을 받자마자 발주처는 태도를 돌변, 선수금을 주지 못하겠다고 통보해왔다. 당장 6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기 힘들어지자 주채권은행만 바라보고 있지만, 주채권은행의 신규자금 지원 외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어처구니없는 일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주택사업을 주로 영위해 온 중견 B건설사는 C등급 발표 후 법인카드마저 사용이 중지됐다. 아직 건설사와 채권은행간 워크아웃 협의에 착수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C등급 건설사에 대해 금융기관과 발주처가 사실상 부도기업에 준하는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A건설 관계자는 "대주단에 가입하면 채무상환을 1년간 유예해주겠다며 압박하더니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을 받았다고 부도업체 취급하며 통장 인출을 막는 경우가 어디 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당장 만기가 돌아오는 600억원의 공모사채는 은행과 기업간 협의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채권유예를 신청할 수가 없다"며 "정부의 결정을 수긍하고 정상기업으로 회복하기 위해 뼈를 깍는 구조조정에 나선 기업을 이렇게 죽일 수 있냐"고 반문했다.

특히 정부가 건설사 유동성 지원을 위해 공공기관으로 하여금 선수금 지급을 확대하도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발주처가 C등급 건설사라는 이유로 선수금 지원을 거부하는 것에 대해 건설사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청와대까지 나서서 건설사 유동성 지원을 위해 선수금 지급을 확대하라고 지시했는데 이게 무슨 황당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건설업계는 애초에 건설사 신용위험평가와 대주단 협약간 연계성이 부족해 대주단에 가입하더라도 정작 C등급이나 D등급으로 분류될 경우 채무상환 연장 약속은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제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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